'단독 과반 불확실' 보도 영향 미친듯…"한중 반발 고려 기시다처럼 참배는 안해"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박상현 특파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고 교도통신과 공영방송 NHK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지난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이날 시작된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NHK는 "이시바 총리가 총리직에 오르기 전에도 '마사카키'를 봉납한 적은 없다"며 이날 봉납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시바 총리가 이달 27일 치러지는 중의원(하원) 선거 전망이 썩 밝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야스쿠니신사를 중시하는 보수층 표심을 공략하고자 처음으로 공물을 봉납했다는 분석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집권 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2012년 재집권 이후 처음으로 단독 과반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또 지지통신이 지난 11∼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28.0%로 2000년 이후 출범한 역대 내각 중 최저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30%에 미치지 않는 지지율은 '퇴진 위기'로 평가된다.
이시바 총리는 예대제 기간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에 일왕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 환경이 갖춰지기 전에는 자신도 참배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일왕은 1975년까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으나, 신사에 A급 전범이 합사된 1978년 이후에는 참배하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 행보는 재임 중 예대제와 일본 패전일 등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고 공물이나 공물 대금을 봉납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같은 궤적이다.
일본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2013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교도통신은 "이시바 총리가 중국과 한국 반발을 고려해 지금까지 대응을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시바 내각 각료와 현직 의원 중에는 오쓰지 히데히사 참의원(상원) 의장과 후쿠오카 다카마로 후생노동상이 이날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한편, 지난달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함께 결선 투표에 올라 경쟁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그는 "오늘은 한 명의 일본인으로서 참배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선거를 앞두고 옛 최대 파벌인 '아베파' 출마자들로부터 잇따라 응원 유세 요청을 받는 등 당내 강경 보수 세력 구심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초당파 의원 연맹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중의원 선거 기간임을 고려해 집단 참배를 선거 이후로 연기했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천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그중 90%에 가까운 약 213만3천 위는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다.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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