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내년부터 약국에서 판매하는 콘돔, 사후피임약 등도 의료보험 보장 대상에 포함돼 여성들이 사실상 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백악관과 보건복지부 등은 21일(현지시간) 이른바 '오바마케어'를 뜻하는 건강보험개혁법(ACA·Affordable Care Act)에 따라 보험사의 예방 치료 서비스 보장 내용을 확대하도록 하는 연방 의무 관련 규칙 변경안을 공개했다.
새 규칙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피임 관련 약 등도 보험 적용 대상에 추가하도록 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그동안은 의사가 처방한 경우에만 피임 관련 약 등에 대한 비용을 부담해 왔다. 제니퍼 클라인 백악관 젠더 정책위원회 국장은 "이 규칙이 시행되면 민간 보험에 가입한 5200만명의 가임 여성에 대한 피임 관련 보장이 확대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정부의 이번 의료보험 보장 확대는 대선을 2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연방 대법원이 연방 차원의 낙태권 인정 판결인 '로 대 웨이드'를 폐기한 이후 일부 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초강경 낙태 금지법을 '트럼프 낙태 금지법'으로 부르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규칙 개정안과 관련해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 행정부는 10여 년 만에 최대로 피임 관련 보험 적용을 확대한다"면서 "이 같은 규칙은 저렴한 피임 관련 선택지를 더 많이 제공함으로 생식의 자유(출산과 관련해 여성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의료 서비스를 보호하고 확대하기 위해 싸우는 동안 이른바 극단주의자 지도자들은 모든 분야에서 생식의 자유를 공격하고 있다"면서 "의회 내 공화당은 피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반복적으로 막았으며 체외인공수정(IVF·시험관) 시술에 대한 접근을 보호하는 것도 지속해 거부하면서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을 제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에서 "피임 접근성이 공격받고 있는 이 시기에 나와 해리스 부통령은 양질의 저렴한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주에서 여성이 가족을 형성하거나 (아이를) 키울지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포함해 매우 개인적인 건강 관리 결정을 내릴 자유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