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기 침체 확률이 낮아지며 투기등급 채권(정크본드) 발행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피치북 LCD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기업의 투기등급 채권 발행 규모는 총 1097억달러로 나타났다. 2005년 이후 월간 총액 기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투기등급 회사채란 재무 구조상 채무불이행(디폴트) 발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미국 투기등급 회사채와 미국 주요 국채 간 금리 격차를 뜻하는 금리 스프레드는 지난주 기준 2.85%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2021년 당시 집계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두 채권 간 금리 스프레드가 작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채권을 발행한 저신용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할 우려를 그만큼 낮게 본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름 경기 침체 우려를 잠재운 노동시장 2개월치 데이터가 이 같은 낙관주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경기 침체 확률이 후퇴하며 위험한 기업도 필요할 때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4년 반만의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차입 비용 감소 전망이 이어진다는 점도 투기등급 채권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앞서 Fed는 지난달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상단을 기존 5.5%에서 5.0%로 낮췄다.
특히 최근 저신용 기업들의 채권 발행은 기존 대출을 갚기 위한 재융자 목적 이상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피치북 LCD에 따르면 지난달 발행된 정크등급 채권 중 약 221억달러가 배당금 지급 목적을 위해 사용됐다. 이는 2000년 이후 월별 총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투기등급 채권 흥행과 관련해 아퀼라 투자운용의 데이비드 시프먼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유동성 환경이 나빠질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이 시장에서 배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티그룹의 마이클 앤더슨 미국 신용 전략 책임자는 “신용은 신뢰 게임이며 현 투자자들은 (투기등급 채권에) 많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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