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오랜 기간 저금리 대출로 연명해온 이른바 '좀비기업'들의 퇴출 쓰나미가 현실화하고 있다. 기업 도산 건수는 지난 상반기 10년 만에 처음으로 5000건을 돌파한 데 이어 연간 기준으로도 1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도쿄상공리서치 보고서를 인용해 올 초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마침표를 찍은 일본에서 좀비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기업 도산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상반기(4~9월) 기업 도산은 5095건(부채액 1000만엔 이상)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 늘었다. 5000건을 돌파한 것은 2014년 상반기(5049건)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앞으로 기업 도산이 점점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도쿄상공리서치는 현 추세라면 연간 기업도산 건수가 2013년(1만855건)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1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8690건)와 비교해서도 두 자릿수 증가세다. 보고서는 "연말까지 기업 자금 수요가 활발해지는 시기"라며 "실적 회복이 더딘 기업은 물론, 새로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기업들로선 흑자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간 일본에서는 일본은행(BOJ)이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하고 본격적인 인상 사이클에 돌입하면서 좀비기업의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기업들의 비용부담이 커지며 은행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들이 결국 한계에 직면할 것이란 분석이다.
도쿄상공리서치는 또 다른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0.1%포인트 상승할 경우 좀비기업 비중은 15.35%에서 17.18%로 증가할 수 있다"며 "금리 인상으로 즉각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폭의 금리 인상조차 심각한 여파를 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BOJ는 내년 1~3월 중 최대 0.5%포인트의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좀비기업들의 파산이 일본 경제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LSA 시큐리티 재팬의 니콜라스 스미스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에 "좀비기업 정리는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니다. 건강한 기업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즈호 리서치 앤 테크놀로지의 하토리 나오키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도산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일본 상장기업 중 14%는 좀비기업으로 파악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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