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과잉 생산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금 당장은 큰 위협이 아니지만,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업고 앞으로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반도체 랠리가 시작됐지만 최근 메모리 칩 제조사 주가는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삼성전자 주식은 지난 7월 최고점 대비 많게는 20~30% 빠졌다. 업계에서는 중국 반도체 업계의 공격적인 생산 능력 확대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WSJ는 전했다.
특히 최근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에서 D램 부문 투자가 크게 늘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D램 생산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웨이퍼 기준으로 중국 제조사의 생산 능력은 2022년 전 세계 생산 능력의 4%를 차지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11%까지 뛰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D램 생산 능력이 내년 말까지 글로벌 시장의 16%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번스타인에 따르면 CXMT의 비트 밀도(단위 면적당 저장되는 비트 수)는 주요 경쟁사 대비 55%에 불과하다. 생산 수율도 크게 뒤처진다.
첨단 메모리 반도체 기술도 미흡하다.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 확대는 주로 레거시(구형) 칩 부문에 쏠려있다. 레거시 칩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첨단 반도체 가격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만의 난야 테크놀로지 등 레거시 칩에 집중하는 소규모 반도체 회사 주가가 올해 43% 하락했다고 WSJ가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3강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제재로 인해 중국 제조사들의 차세대 반도체 기술 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번스타인은 CXMT와 글로벌 경쟁사 간 기술 격차가 약 6~8년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스마트폰 제조사 등에 자국산 메모리 칩을 사용하라고 압박을 가하며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 D램 수요의 약 20~25%를 차지하는 만큼 기술에 있어서 더 빨리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WSJ는 "중국 업체가 자국 내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해외 기업을 대체하기 시작하면 한국과 미국 경쟁사들은 과잉 생산으로 생산량을 줄이거나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덤핑 판매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대형 메모리칩 제조사들은 아마도 지금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뒤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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