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축구선수들이 국제축구연맹(FIFA)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결별하라고 촉구했다. 여성 인권을 무시한 사우디가 운영하는 아람코가 축구계를 돈으로 쥐락펴락하자 이를 근절해달라는 요구다.
21일(현지시간) CNN은 "100명이 넘는 여자 축구 선수들이 FIFA에 공개서한을 보내 사우디 및 아람코와 스폰서십 계약을 종료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FIFA는 지난 4월 아람코와 4년간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아람코는 2026년 남자 월드컵과 2027년 여자 월드컵 공식 후원사가 됐다.
여자 축구 선수들은 서한에서 "사우디는 여성의 권리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시민의 자유도 짓밟고 있다"면서 "많은 LGBTQ+(성 소수자를 지칭하는 약어) 선수들이 뛰고 있는데 2027년 월드컵에서 아람코를 홍보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에서는 동성애가 불법이지만 사우디는 지난해 성 소수자의 관광객은 환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FIFA 대변인은 CNN에 "FIFA는 아람코를 비롯한 다른 파트너와 파트너십을 소중히 여긴다"면서 "FIFA가 창출한 스폰서십 수익은 모든 스포츠에 재투자되고 있으며 여자 축구에 대한 투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람코를 다양한 스포츠 및 단체와의 상업적 파트너십이 풍부한 "포괄적인 조직"으로 언급했다.
스포츠계 큰 손 사우디의 돈 폭탄을 두고 ‘스포츠 워싱’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스포츠 워싱이란 유명 스포츠 이벤트를 이용해 전 세계에 자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우디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은 "관심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2023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스포츠 워싱으로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한다면, 스포츠 워싱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에는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아람코가 기후변화의 주범인 석유로 돈을 버는 것과 관련해 "축구의 미래를 불태우는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기업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 세계의 풀뿌리 축구는 극심한 더위, 가뭄, 화재, 홍수로 인해 파괴되고 있지만, 우리 모두가 그에 따른 결과를 치르는 동안 사우디는 FIFA를 응원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우리는 FIFA가 이 파트너십을 재고하고 사우디 아람코를 성평등, 인권, 지구의 안전한 미래에 부합하는 가치를 지닌 대체 스폰서로 교체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FIFA는 지난 4월 홈페이지를 통해 "아람코와 2027년까지 후원 계약을 했다"라며 "아람코는 FIFA의 에너지 부문의 독점적인 월드와이드 파트너로 2026년 FIFA 월드컵과 2027년 FIFA 여자 월드컵 등의 스폰서십 권리를 보유한다"고 발표했다. 양측의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역대 최고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BBC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해 11월까지 21개 스포츠 종목에 312건의 후원 계약을 맺었다. 국제앰네스티는 FIFA와 아람코의 후원 계약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사람들을 착취, 차별, 억압하지 못하도록 FIFA는 구속력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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