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신와르 후계자 없이 도하 집단지도체제 검토"
헤즈볼라 2인자 두곤 이란 보호받는 테헤란 거주설 대두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뇌부가 국외로 활동중심지를 옮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스라엘군 참수작전으로 수장들이 잇따라 죽어나가고 주요 간부들마저 내일을 기약하기 힘들게 되자 이스라엘의 손이 닿기 힘든 데로 도피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AFP 통신은 21일(현지시간) 복수의 하마스 소식통을 인용, 하마스가 당분간 차기 수장을 선임하지 않고 집단지도체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하마스 지도부의 접근법은 (상황이 된다면 내년 3월 열릴 예정인) 다음 선거까지 세상을 떠난 수장이자 순교자인 야히야 신와르의 후임을 지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카타르 도하에 머무는 고위급 인사 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 하마스의 전략적 결정권을 위임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해당 위원회는 하마스의 최고지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 7월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폭사한 뒤 신설됐다.
하니예의 뒤를 이어 수장이 된 야히야 신와르가 가자지구에 머물고 있어 연락이 힘들다는 문제 때문에 일상적인 조직내 의사결정 기능을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카타르는 중동에서 복잡한 갈등의 중재가 이뤄지는 외교의 공간이자 미국의 보호를 받는 서방에 친화적인 아랍국이기도 하다.
가자지구 전쟁 내내 이스라엘의 추적을 받던 신와르는 이달 16일 가자지구 남부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스라엘군 병사들과 교전을 벌이다 숨졌다.
하마스가 신와르의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집단지도체제를 카타르에 두는 것은 이스라엘의 암살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 때문으로 관측된다.
한 소식통은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되 외부에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현 하마스 지도자들은 위원회를 통한 통치를 선호했다고 전했다.
기존 수뇌부가 거의 전멸한 상태인 헤즈볼라도 새 지도부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고심하는 모양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19일부터 표적 공습을 본격화해 최고 지도자였던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해 수뇌부 핵심인사들을 하나씩 살해했다.
헤즈볼라의 차기 수장으로 거론됐던 나스랄라의 사촌이자 헤즈볼라 집행위원장인 하심 사피에딘 역시 지난 3일 공습을 받은 뒤 생사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레바논 곳곳에서 이스라엘의 집요한 표적 공습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헤즈볼라 또한 새 구심점을 공표하기 힘든 궁지에 몰렸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매체 에렘(Erem) 뉴스는 헤즈볼라의 2인자인 나임 카셈 사무차장이 현재 이란 테헤란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익명의 이란 소식통을 인용, 카셈 사무차장이 지난 5일 레바논과 시리아를 공식방문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의 비행기를 타고 이란으로 몸을 피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카셈 사무차장을 이스라엘의 암살 시도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게 이란 고위층의 뜻이었다면서, 실제로 그가 최근 한 두 차례 연설은 모두 테헤란에서 녹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내부에서도 공작을 통해 암살을 일삼고 있지만 레바논보다는 안전한 곳으로 여겨지며 중동 내 친이란세력을 이끄는 핵심인사들의 은신처로 불려오기도 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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