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월가 투자기관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점치며 관련 수혜 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댄 로브 서드포인트 창립자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11월 대선이 공화당의 승리로 귀결될 경우 이득을 볼 수 있도록 투자 자산의 비중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110억달러(약 15조원) 자산을 보유한 서드포인트가 지난달 말 기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은 아마존, TSMC, PG&E, 코베스트 등 주로 기술·유틸리티 부문에 집중돼 있었다.
그는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 노선이 국내 제조업, 인프라 지출, 특정 원자재 및 소재의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믿는다"며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의 반독점 스탠스를 톤 다운하고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생산성과 기업활동을 촉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RBC 블루베이 자산운용에서 1300억달러의 자산을 관리하는 마크 다우딩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달러 가치 및 채권금리 상승에 대한 베팅을 확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폭탄 관세 시행으로 수입 물가가 뛰면 고금리·강달러 환경이 지속될 것이란 판단이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운 각종 감세 카드로 세수가 줄어들면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한 채권 발행이 늘어나 채권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다우딩 CIO는 최근 미 정부 당국자 및 로비스트들과 회동 사실을 확인하며 "공화당원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이번 선거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들의 이야기를 접한 뒤 선거 판세가 예상보다 훨씬 트럼프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점을 인지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자산 가격이 오르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다시 확산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의 모기업인 '트럼프미디어&테크놀로지그룹(TMTG)' 주가는 이날 10%가량 급등했다. 반(反)이민 정책 수혜주로 여겨지는 사설 교도소 업체 GEO그룹은 이달 들어 21% 상승했다.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지난달 100.157로 올해 들어 최저점을 찍은 뒤 현재 104.15대까지 반등했다. 미 국채 금리도 상승세다.
바클레이스의 테모스 피오타키스 외환 및 신흥시장 전략 글로벌 책임자는 "선거가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훨씬 더 커졌다"며 최근 중국 위안화와 멕시코 페소화의 하락도 트럼프 트레이드의 일환이라고 짚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 10~20% 적용,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대한 초고율 관세 60% 부과를 공약한 상태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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