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에서 이란 체제를 비판하는 자국 출신 언론인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민 혐의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 장성이 미 사법당국에 기소됐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 검찰은 이날 IRGC의 루홀라 바즈간디 준장 등 4명을 미국 내에서 반체제 인사를 암살하려 한 혐의로 기소했다.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이 공개한 기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인터넷 활동 기록을 분석해 바즈간디 등이 미국 내에서 여러 건의 암살을 음모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한다.
바즈간디 준장 등이 노렸던 대상은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이란 반체제 인사 마시 알리네자드(48)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에서 기자로 활동하던 알리네자드는 2009년 대선 직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인에 대한 탄압이 거세지자 해외로 도피했고, 2019년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후 뉴욕에 머물며 이란 체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하던 그의 집 주변에선 2022년 7월 소총과 탄약, 마스크 등을 지닌 채 차를 몰던 괴한이 교통단속 중이던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수사에 착수한 미 검찰은 이란의 사주를 받은 동유럽 범죄조직원들이 알리네자드를 암살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작년 1월 사건에 연루된 인물 5명을 기소했는데, 이번에 바즈간디 등 4명을 추가로 기소한 것이라고 AP는 전했다.
검찰은 이들이 알리네자드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 왔으며, 집 바깥으로 유인한 뒤 총격을 가해 살해할 계획을 세운 상태였다고 밝혔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미국은 모든 미국인에게 보장된 기본적 권리를 이란과 같은 권위주의 정권이 좀먹으려 드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독한 음모에 연루돼 기소된 피고 가운데 3명은 이미 미국 내에서 구금돼 있다. 우리는 미국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이들을 찾아내고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걸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체포된 피의자들은 청부살인을 저지르려 했다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날 추가 기소된 바즈간디 등 4명도 현재 이란에 머물고 있어 신병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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