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에 홍해 합동군사훈련을 제안했다고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SNA에 따르면 샤흐람 이라니 이란 해군 사령관은 사우디가 합동훈련을 요청해왔으며 양측 모두 상대의 해군을 자국 항구로 초대했다고 말했다.
이라니 사령관은 "양자 훈련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참여시키자는 것이 양국의 제안"이라며 훈련 방식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재보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중동 정세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된다. 중동의 지정학적, 종교적 패권을 두고 적대적으로 경쟁했던 두 나라가 군사 부문의 협력을 모색한다면 역내 역학구도에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그치지 않고 레바논, 시리아를 비롯해 이란까지 전선을 넓히면서 '이스라엘 대 이슬람권'이 다시 충돌하는 제5차 중동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슬람 지도국 사우디로선 군사력 우위를 앞세워 중동의 세력 판도를 바꾸려는 이스라엘의 확장을 견제해 균형을 잡을 필요성이 커진 터다.
사우디는 지난해 10월 가자전쟁 발발 전까지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역사적 국교 수립을 진지하게 논의했지만 전쟁으로 중단됐다.
이 보도에 대해 AFP 통신은 "중동의 두 강대국이 합동군사훈련을 벌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사우디는 이 보도에 대해 논평하지 않고 있다.
수니파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은 2016년 국교를 단절했다가 작년 3월 중국의 중재로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지난 9일 사우디를 방문해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중동 정세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약 200기를 쏘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 등이 살해된 것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보복 방침을 밝히고 재보복 공격 시기와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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