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23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국채 금리 상승세가 투심에 계속 부담을 주며 기술주가 크게 내렸다.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 불확실성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09.94포인트(0.96%) 내린 4만2514.95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53.78포인트(0.92%) 밀린 5797.4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96.48포인트(1.6%) 떨어진 1만8276.65에 거래를 마쳤다.
종목별로는 기술주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애플이 2.16% 내렸다. 엔비디아는 2.81% 떨어졌고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는 3.15% 밀렸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1.96%, 2.63%씩 하락했다. 맥도널드는 5.12% 급락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맥도널드가 판매한 쿼터 파운드 버거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 변종이 검출됐다고 밝히면서 매도세가 이어졌다. 이 대장균에 감염된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은 사람 중 1명이 숨지고 49명이 입원했다.
증시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주가를 압박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bp(1bp=0.01%포인트) 오른 4.25%, 2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4bp 상승한 4.08%를 기록했다. 고용·소비 등 경제 지표 강세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Fed가 지난달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이후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11월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92.4% 반영하고 있다. 한 달 전 47%에서 급등했다.
'트럼프 트레이드'도 국채 금리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율 관세, 대규모 감세를 공약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인플레이션 상승, 연방정부 적자 확대로 금리가 뛸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승리하더라도 미국의 재정 적자가 악화할 것이란 전망 역시 나온다.
노스웨스턴 뮤추얼 웰스 매니지먼트의 브렌드 슈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내게는 모든 것이 고금리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시장은 Fed가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할 가능성과 관련해 이를 가격에 재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의 일부는 아직 금리 상승의 영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고금리가 오래 지속될수록 경제의 많은 다른 부분이 현실에 맞춰 가격에 재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말보로 그룹의 제임스 애티 펀드 매니저는 "성장률 변화, Fed, 선거에 대한 전망 등이 국채 시장에서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증시 조정이 매수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제프 드그래프 기술 리서치 헤드는 "추세는 여전히 긍정적"이라며 "단기 모멘텀은 많지 않지만 그렇게 비관적인 것도 아니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은 기업 실적에도 주목했다. 이날 테슬라는 장 마감 후 실적 발표에서 3분기 매출이 251억8200만달러, 주당순이익(EPS)이 0.72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테슬라의 3분기 매출과 EPS가 각각 255억달러, 0.6달러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EPS가 예상치를 상회했다. 이에 테슬라는 미 동부시간 오후 4시57분 현재 시간외거래에서 8.34% 급등세를 보였다. 하루 뒤인 24일에는 아마존이 실적을 내놓는다.
국제유가는 미국 원유 재고 증가 소식에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97달러(1.35%) 내린 배럴당 70.77달러,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1.08달러(1.42%) 떨어진 배럴당 74.96달러에 마감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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