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여성 기자들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저출생 해법을 함께 모색한다.
한국여성기자협회(회장 하임숙)는 25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저출생 위기, 함께 찾는 해법'을 주제로 '제2회 한일여성기자포럼'을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양국 저출생 실태와 정부 정책의 시사점, 달라진 가족의 형태를 통한 다양성과 포용성, 저출생과 미디어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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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다자녀를 둔 양국 여성 기자가 체험한 출산 정책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을 분석했다. 한국 측 발제자인 이미지 동아일보 기자는 6~12세 자녀 넷을 키우며 느낀 저출생 대책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임신·출산 바우처 지원액은 2012년 50만원대에서 2022년 100만 원대로 배로 늘었고 주택 특별공급 등 혜택이 있지만,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압도적 꼴등"이라며 "각종 지원책이 출산부터 영유아 시기에만 집중됐고, 사교육비 부담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7~19세 자녀 셋을 둔 일본 측 발제자 오다 마이코 닛케이 크로스우먼 편집위원도 "일본 상황도 비슷하다"고 밝혔다. 오다 편집위원은 "출산 시 일시금 지급, 어린이 의료비 무상화, 육아휴직 급여율 인상 등 지자체와 기업의 다양한 노력에도 정규직 감소와 비혼·만혼이 늘면서 일본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1.2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2부에서는 1인 가구 증가와 여성의 사회 참여 가속화로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사회가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문제를 들여다봤다. 김희경 강원대 객원교수는 한국 가족이 전례 없는 변화를 겪고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완고한 가족 제도, 비혼 출산에 대한 차별, 가족 내 성별 격차 등 때문에 저출생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가족을 구성한다는 게 위험이 아니라 행복을 향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가족의 형태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생활 동반자 관계 등 다양한 가족을 제도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가정 내 성 평등과 장시간 노동 개선 등 가족을 둘러싼 환경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누키 사토코 아사히신문 기자는 현장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의 내밀출산(보호출산) 현상을 전했다. 원치 않는 임신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떠넘기는 상황을 설명하고, 자체적으로 보호출산제를 시행하고 있는 병원 사례를 소개했다. 오누키 기자는 "결혼시 남편의 성으로 바꿔야 하는 일본에서 기혼 여성도 자신의 성을 선택하게 하는 부부별성제의 미도입, 남녀 임금 격차 등 여러 차별이 저출생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는 저출생 시대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살폈다. 유수정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KBS 국민 패널조사와 빅카인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저출생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청년세대의 인식과 미디어 보도가 괴리돼 있다는 점을 밝혔다. 교도통신의 야마와키 에리코 편집국 차장은 육아 가구에 대한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중요하지만, 성별 격차 해소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성공사례로 교도통신을 꼽았다.
이미숙 오츠마여자대학 커뮤니케이션 문화학과 준교수는 "한국에서 저출생 문제는 성별 분업, 채용과 승진, 임금 등에서의 성별 불평등, 장시간 노동 구조,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이중적 노동시장, 기형적 사교육 시장 등 구조적 문제와 깊이 결부돼 있다"며 "미디어가 이런 구조적 문제를 심층 취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공적 담론 형성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는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김효재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대사를 비롯해 양국의 여성 기자와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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