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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암도 치매도 꺾지 못한 열정…도라에몽 원조 성우 별세 [일본人사이드]
    입력 2024.10.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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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구야 너 또 퉁퉁이랑 싸웠니?"
'애는 참 착한데'의 대표 명사 도라에몽의 진구. 어딘가 엉성하고 헛똑똑이인 부분을 항상 파란 고양이 도라에몽이 채워주곤 하죠. 특유의 긁는 도라에몽의 목소리, 다들 떠오르시죠.
일본에서는 지난 11일 도라에몽 애니메이션의 도라에몽 역을 맡은 성우 오야마 노부오씨의 별세 소식으로 추모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향년 90세였는데요. 암, 치매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오늘은 원조 도라에몽 성우, 오야마 노부오씨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오야마씨는 1933년 도쿄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에는 허스키한 목소리 때문에 '남자아이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었다고 해요. 그러나 이 단점을 오히려 살려 연기의 길로 들어갑니다. 성우로 배역을 맡아도 주로 소년 목소리를 많이 맡았다고 해요.
그러다 1979년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성우를 맡게 되는데요. 초대 성우는 아니었다고 해요. 처음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은 니혼TV였는데, 당시에는 영화 '로키' 등에 더빙했던 남성 배우에게 도라에몽 역할을 맡겼다고 합니다. 당연히 아저씨 목소리였겠죠. 그런데 시청률이 오르지 않아 성우를 드래곤볼의 손오공을 맡았던 노자와 마사코로 교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 또 인기가 저조해 결국 니혼TV는 도라에몽 애니메이션화를 중단하게 됩니다.
6년 후인 1979년 TV아사히에서는 당시 소년 목소리로 유명한 오야마씨를 캐스팅하고, 노진구 역에는 미래소년 코난의 코난 역인 오하라 노리코씨를 등용하는 등 최정예 성우 조합을 만듭니다. 출연을 위해 일단 만화를 정독했고, 본인만의 설정을 만들었다고 해요. 미래에서 온 고양이형 로봇이라는 도라에몽의 특징을 살려 느긋한 성격의 목소리를 고민하고, 그러면서도 지금과 같은 긁는 방식의 목소리를 생각해냈다고 합니다. 원작자인 후지코 F.씨도 목소리를 듣고는 "도라에몽은 저런 목소리였군요" 하고 감탄했다고 하네요.
원작을 본인만의 색깔을 재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녕, 난 도라에몽이야!"로 나오는 "보쿠, 도라에몽데스(ぼく、ドラえもんです)!"라는 대사는 당초 대본에는 없던 것으로, 오야마씨가 직접 생각해냈다고 합니다.


또 도라에몽 애니메이션에서 주목할 부분은 비속어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이들을 돌보는 미래형 고양이 로봇이라는 원작에 충실해야 한다는 오야마씨의 해석 때문이었는데요. 아이들을 돌보러 온 로봇이 어떻게 욕을 할 수 있겠느냐며 비속어는 전부 뺐다고 하네요. 그래서 만화에서 자주 나오던 "이 바보야!" 등의 대사는 애니메이션에서는 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렇게 도라에몽은 20년 동안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됩니다. 20년이 지났을 무렵, 제작진은 앞으로의 남은 20년도 계속 이 성우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는데요. 그러다가 2001년 직장암이 발견돼 입원하게 됩니다. 오야마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라에몽을 놓을 수 없다며 도라에몽을 제외한 다른 모든 역할에서 하차하며 몰두합니다. 당시 나이 71세였죠. 그러다가 2004년 모든 성우 교체 결정에 하차하게 되는데요. 그때도 "나는 아직 더 할 수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하차 이후에도 2007년 음향 예술 전문학교 교장에 취임해 후진을 양성하는데 힘쓰는 등 열정은 식지 않았는데요. 그러다가 2008년 4월에 심근경색, 뇌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했고 2012년에는 치매까지 진단받게 됩니다. 남편이 돌봐줘 집에서 요양했지만, 2016년 남편도 암을 앓게 되면서 요양시설에 들어가게 됐죠. 이듬해 남편이 사망했을 때는 장례식에 상주로 이름은 올렸지만, 참석은 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해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올해에도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는데 치매가 심하게 진행돼 스스로 말을 할 수 없는 정도가 됐고, 요양시설 직원들의 부름에만 반응하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떠나게 된 것이라 팬들의 안타까운 마음도 커져만 갔는데요.
생전에는 "먼 미래까지 모두에게 계속해서 사랑받는 도라에몽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특히 이제 한국의 '노진구'역으로 소개됐던 노비타 역의 성우 등 대부분의 원조 도라에몽 성우들이 별세한 상황이라고 해요. 그래서 더욱 한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감정을 더 하고 있네요. 하지만 사랑받는 도라에몽으로 남고 싶다는 그의 소원은 팬들의 마음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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