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조지아 총선서 '친러' 집권당 과반…부정선거 논란(종합2보)
    안희 기자
    입력 2024.10.28 00:01

99% 개표서 여당 54% 득표…야권, 정권교체·EU 가입 무산

국제 선거감시 단체들 "투표함 조작·뇌물 등 위법 발생" 주장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연설하는 '조지아의 꿈' 비드지나 이바니슈빌리 대표
[EPA=연합뉴스]

(서울·제네바=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안희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치러진 옛소련 국가 조지아 총선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현 집권 여당이 친서방 야당 연합을 누르고 과반 득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지아 선거관리위원회는 99% 이상 개표 기준 여당인 '조지아의 꿈'이 5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비드지나 이바니슈빌리 조지아의 꿈 대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당이 거둔 이번 성공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며 조지아 국민의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선거 결과를 자평했다.

조지아의 꿈은 친러시아 성향의 집권당으로, 지난 6월에는 러시아 법안을 본뜬 언론·비정부기구 통제법인 '외국 대리인'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여론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도 반대하면서 친서방 야권과 대립했다.

조지아의 집권당이 러시아와 연계된 권위주의적 정치 노선을 걷자 야권은 이번 총선에서 반정부 여론을 결집해 정권 교체를 노렸으나 결국 무산됐다.

야권은 기대와 다른 개표 결과가 나오자 이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며 이미 부정선거의 단서가 여럿 나왔다고 반발했다. 또 러시아의 개입 논란도 벌어졌다.

야당인 '변화를 위한 연합'의 니카 그바라미아 대표는 "이것은 헌법적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다른 야당인 통합국민운동당의 티나 보쿠차바 대표도 "조지아인들은 이 나라의 유럽적 미래에 투표했기 때문에 우리는 선관위의 조작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이 표를 매수하는 등 부정 선거를 저질렀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조지아의 선거 감시 독립단체인 '공정 선거 및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사회'(ISFED)는 여러 투표소 밖에서 위반 행위를 적발했다고 지적했다.

조지아 남부 마르누리에서 한 남성이 여러 장의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집어넣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기도 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국제공화연구소(IRI), 국가민주주의연구소(NDI) 등 국제 감시 단체는 전날 투표 과정에서 심각한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이날 밝혔다.

이 단체들은 투표함 조작과 뇌물 거래, 유권자 위협, 투표소 인근에서의 신체적 폭력 등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의회 측에서 파견된 OSCE 관계자는 "조지아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계속 표명한다"며 "전날 선거 상황은 안타깝게도 그 증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지아 선관위는 이번 선거가 평화롭고 자유로웠으며 국제 기준에 따라 진행됐다고 밝혔다.

조지아 선거 감시 단체인 '공정 선거 및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사회(ISFED)'는 200건 이상의 선거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히면서도 대부분의 개표가 수행된 전자 개표에서는 중대한 위반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앞서 21일 동유럽의 옛 소련권 몰도바 대선에서도 친서방 성향의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지만 예상과 달리 과반에 못 미치며 부진해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친서방파와 친러시아파의 대결 구도인 몰도바 대선에서도 러시아의 개입 시비가 불거졌다.

dylee@yna.co.kr,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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