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구독자 20만명 해지·논설위원 사퇴 등 후폭풍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고일환 기자 =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사설 철회에 대해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입장을 밝혔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이날 WP 홈페이지에 해리스 부통령 지지 사설 불허는 개인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매체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WP는 이번 대선부터 특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WP는 1976년 이후 1988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WP는 이번에도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하는 사설 초안을 작성했지만, 사주인 베이조스가 사설 게재에 반대해 발행되지 않았다.
이후 WP 안팎에서는 사업가인 베이조스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확산했다.
이에 대해 베이조스는 "특정 신문의 대통령 지지 선언은 선거의 향방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며 "그런 지지 선언은 해당 매체가 편향적이고,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인상만 만들뿐"이라고 항변했다.
베이조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 해리스 부통령 지지 사설을 불허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선 "향후 대가를 계산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난 2013년 이 신문을 인수한 이후 사주로서의 내 행적을 보면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해리스 지지 사설 불허에 따른 후폭풍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20만명이 넘는 WP 독자가 디지털 구독 계약을 해지했다.
이는 돈을 내고 종이 신문이나 디지털 신문을 보는 WP 독자 총 250만명 중 약 8%에 해당한다.
내부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들은 해지 건수가 오후 내내 증가했다고 설명했으며, 일부 WP 기자는 자기 친척들도 구독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또한 WP 기자 3명이 논설위원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내부의 반발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WP의 전 편집장인 마티 배런은 "만약 이 결정을 3년 전, 2년 전, 혹시 1년 전에 했더라면 괜찮았을 것"이라면서 "분명 타당한 결정이지만 이 결정은 선거를 몇 주 앞두고 이뤄졌으며 신문의 편집국과 실질적인 진지한 숙의가 없었다. 이 결정은 분명 숭고한 원칙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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