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테드 픽 최고경영자(CEO)가 과거와 같은 '제로금리 시대'는 끝났으며 국제사회는 앞으로 고금리와 지정학적 긴장이라는 도전을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픽 CEO는 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에 패널로 참석해 "제로 금리와 제로 인플레이션이라는 '금융 억압'의 시대는 끝났다"며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지정학적 긴장이 국제사회가 향후 수십년간 맞닥뜨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억압(Financial Repression)'이란 시장이 자유롭게 작동하도록 뒀다면 다른 곳으로 향했을 자금을 정부가 정책 수단을 동원해 끌어옴으로써 시장을 왜곡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다. 정부가 금리를 낮추거나 양적 완화를 추진해 저비용으로 국채를 발행하면 정책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자금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지만 금융 시장의 투자자들은 낮은 수익률에 시달리게 됨을 의미한다.
픽 CEO는 "우리는 과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경기부양책과 제로금리 시대를 맞이했었고 이 덕분에 중소기업들은 별다른 사업 계획이나 부담 없이 상장할 수 있었지만 이젠 힘들어질 것"이라며 "지난 18개월간 거친 금리 인상 시기를 겪었음에도 아무 일이 없었던 것을 보면 정상화 리듬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픽 CEO의 이러한 발언은 미·중 갈등 심화와 글로벌 보호 무역주의 기조의 부활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앞으로 경기가 어려워져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 정책에 의존하기 힘들어졌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과거 초저금리 시기에 사업을 쉽게 확장했던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임박했음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경고음은 다른 월가 거물들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날 패널에 참석한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우리는 그동안 경험했던 것보다도 인플레이션이 더 크게 내재한 세상에 살고 있다"며 Fed가 시장의 기대보다 금리를 빨리 내리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도 전날 열린 전미은행가협회(ABA) 연차총회에서 인플레이션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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