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테헤란 주재 독일 대사 대리 초치…"중대한 오판, 책임져야"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정부가 이란 당국의 독일인 사형 집행에 반발해 독일 내 이란 영사관 3곳을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독일 외무부는 31일(현지시간) "독일 시민 처형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이란에 여러 차례 분명히 말했다"며 "프랑크푸르트·함부르크·뮌헨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외무부는 "이란 정권은 (사형당한) 잠시드 샤르마흐드뿐 아니라 다른 독일인들도 부당하게 억류하고 있다"며 "그들과 자유·민주주의·인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란의 모든 사람을 위해 외교 채널과 테헤란의 대사관은 계속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이 조치로 영사관 3곳 직원 32명이 독일을 떠나야 하며, 베를린에 있는 이란 대사관은 계속 운영한다고 독일 ARD방송은 전했다. 독일에 거주하는 이란 국적자는 약 30만명이다.
독일의 이런 조치에 이란은 곧장 테헤란 주재 독일 대사 대리를 초치해 항의했다고 AFP, DPA 통신 등이 전했다.
테헤란 주재 독일 대사는 사형 집행에 대한 향후 조치 논의를 위해 지난 29일 독일로 소환된 상황이다.
이란 외무부는 사형 집행에 대한 독일의 항의는 내정 간섭이며, 영사관 폐쇄 결정은 부당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독일의 비건설적이고 대결적인 접근은 중대한 오판이며, 독일 정부는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당국은 2020년 여름 테러 혐의로 체포한 이중국적자 잠시드 샤르마흐드(69)에게 지난해 사형을 선고하고 지난 28일 집행했다. 독일 정부는 그가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했다며 사형 선고를 취소하고 석방하라고 요구해 왔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사형 집행 이튿날인 29일 "독일 여권이 테러 범죄자는 물론 누구에게도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당신네 국민조차 오만한 인권 주장을 비웃는다"며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는 독일 정부가 인권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독일과 이란 관계는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기점으로 냉각됐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긴장이 더욱 고조됐다.
이란은 독일 정부가 올해 들어 반유대주의와 테러 예방을 명분으로 시아파 이슬람 단체를 강제로 해산하자 "이슬람 혐오"라고 반발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중동 분쟁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독일의 지원을 샤르마흐드 사형 집행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며 인질을 이용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양국 외교관계가 바닥 아래로 추락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유럽연합(EU) 테러단체로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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