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소셜미디어 이용한 허위정보·선전 포착
"이란은 해리스, 러시아는 트럼프 당선 원하는 듯"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와 이란 등 미국의 적국들이 미국 내 특정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공작을 벌여 대선 결과에 영향을 주려고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보기관 당국자들과 허위 정보 연구자들은 러시아와 이란은 미국 내 스페인어 사용자와 다른 소수 인종 집단에 허위 정보와 프로파간다(선전)를 퍼뜨리고, 이를 통해 사회 내부에 분열을 조장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선 후보를 당선시키려 해왔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보기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란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기를 원한다고 한다. 다만 이란의 주요 목표도 미국 내에 혼란과 분열을 일으키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경우는 이번 대선과 지난 2020년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스페인어 콘텐츠에 대해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미국 내 스페인어를 쓰는 라틴계 유권자는 지난 2020년 대선 기준 15% 정도로 추산된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 모두 이번 대선에서 이들의 표를 얻으려 하고 있다.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발레리 위르츠샤프터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는 스페인어 사용 인구를 미국 내로 잠식해 들어갈 기회로 여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에는 미국 정부가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한 혐의로 러시아 국영방송사 RT(과거 명칭 러시아 투데이)를 제재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RT가 테네시주에 기반을 둔 한 미국 회사를 통해 러시아 정부에 유리한 콘텐츠를 유포하기 위해 약 1천만 달러(137억원) 규모의 공작을 추진했다고 판단했다.
불가리아 싱크탱크 민주주의연구센터(CSD)의 분석에 따르면, 'RT 스페인어'의 트래픽 중 최소 10%가 미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 방송 콘텐츠가 남미 매체들에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청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밖에도 러시아는 틱톡과 같은 젊은 사용자 이용 비율이 높은 플랫폼을 통해서도 스페인어 사용자들에게 접근해왔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틱톡에서 미국 정치를 주제로 한 가장 인기 있는 게시물 30개 중 22개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러시아 계정으로 나타났다.
이들 게시물의 주제는 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정책, 그의 건강과 나이 문제 등이었다.
아울러 미국 정보 당국자들은 올여름부터 러시아와 이란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스페인어 사용자들 등 특정한 인구 집단을 겨냥해 분열적인 내러티브를 확산해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챗GPT의 개발사 오픈 AI는 이란이 챗GPT를 이용해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확인하고 계정을 삭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이란이 '웨스트랜드 선'이라는 가짜 뉴스 사이트를 이용해 미시간주의 아랍계·무슬림 인구를 겨냥,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맥스 레서 분석가는 "이란이 미시간의 무슬림 공동체를 겨냥한다는 것은 미국 내 정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주요 집단을 겨냥해 능숙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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