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 이중고…"내연차 시절 일자리 3분의1 사라질듯"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완성차업체 폭스바겐이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부품 공급업체들도 업계 불황에 인력을 대거 감축하고 있다고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부터 지금까지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모두 3만2천246개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부품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보쉬는 올해 초 일자리 7천개를 줄인다고 발표하면서 이 가운데 자동차 부문이 2천500개라고 밝혔다. 각종 기계·공구류를 생산하는 보쉬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 부문에서 나온다. 슈테판 하르퉁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인력을 더 조정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ZF프리드리히스하펜은 5만4천명인 독일 내 직원을 2028년까지 1만4천명 줄이기로 해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콘티넨탈도 7천150명을 감축하고 일부 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시장 불황에 더해 전기차 전환으로 부품업체가 완성차 업체보다 더 크게 타격받고 있다고 본다. 전기차는 내연차에 비해 전체 부품 수가 적고 변속기와 배기장치 등 내연차 핵심 부품도 들어가지 않는다. 일자리 4개 중 1개를 없애기로 한 ZF프리드리히스하펜이 변속기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동차 분야 일자리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4만6천개 줄었고 2035년까지 합계 최대 19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 독일 자동차 업계 일자리 91만1천개 가운데 16%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이는 IT 직종에서 새로 생기는 일자리 11만개가 포함된 것이어서 내연차만 생산하던 시절의 전통적 일자리는 거의 3분의 1이 사라지는 셈이다.
자동차 수요 감소와 중국산 전기차 공세에 시달리는 독일 자동차 업계는 2035년 내연차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는 유럽연합(EU) 계획을 정부가 나서 저지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독일 헤센주 기업협회장인 볼프 마티아스 망은 "기업인들도 녹색경제의 기적을 원했다. 그게 정치권의 쓸데없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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