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세계 각국은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어느 후보가 자국 이익에 도움 될지 저울질하고 있는 모양새다.
3일 주요 외신과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정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 발언을 내놓지는 않지만, 저마다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은밀히 선호하는 인물을 두기도 한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9월 발간한 '2024년 미국 대선의 세계적 영향' 보고서를 보면, 유럽연합(EU)은 해리스 부통령 당선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U로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주의 및 국제 협력 기조를 계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CSIS는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대중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경제 안보에 대한 방향성이 EU와 일치하며 미국-EU 관계가 전례 없이 강화된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EU가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을 원치 않는다는 데 대한 근거는 여럿이다. 먼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을 거론하며 방위비를 압박할 태세다. 또 2018년 발효된 EU산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가 2025년 3월까지 유예하기로 했으나,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환경 정책을 '그린 뉴 스캠'이라고 비판하는 만큼 기후위기에 대한 입장 충돌도 불보 듯 뻔하다.
미국 정부는 반(反)서방 연대로 묶이는 러시아, 중국, 이란이 미국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가짜 선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가 어느 대통령 후보를 물밑에서 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중국의 경우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대중 강경 기조는 유지될 것이므로 겉보기에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예고했고, 해리스 부통령도 바이든 행정부의 첨단기술 수출통제 조치, 고율 관세 부과 정책 등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그러나 외신에서는 "중국 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해리스 부통령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으로서는 현재 지속되고 있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가지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예측 불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블룸버그는 "현 중국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돼야 대외 안정성이 제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해리스의 연속성을 선호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동북아시아 안보 차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반기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인도 대표 싱크탱크인 옵서버 리서치 파운데이션(ORF)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고립주의적 군사적 입장은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핵무장론이 힘을 얻을 수 있으며 이들 국가 간 동맹은 중국으로서 관리하기가 훨씬 까다로울 수 있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와 2년 반 넘게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러시아는 미국 정치 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매체 벤징가는 지난 9월 미국 국가정보국(ODNI)을 인용해 "이번 대선에서 러시아는 트럼프가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트럼프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이란은 해리스 부통령을 선호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이란의 핵 개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한다며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더 강력한 경제 제재를 재개했다. 핵합의 복원을 바라는 이란으로서는 2015년 핵합의를 주도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진보적 가치를 공유할 것으로 보이는 해리스 부통령을 대통령으로서 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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