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베이징을 세계의 기술 인재들이 모여드는 국제허브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기한이 임박했지만, 베이징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베이징 국제인재교류협회(BITEA)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베이징에서 장기 거주하며 일하는 외국인은 2만2000명으로 10년 전(3만7000명) 대비 40% 넘게 줄었다. 이는 베이징 인구의 0.1%이자 베이징 내 근로자의 0.2% 수준이다.
이는 해외의 뛰어난 기술 전문 인재들을 유치해 베이징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노력과 반하는 현상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해 5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주도로 베이징에 '국제과학기술혁신센터'를 세워 2025년까지 국제 기술 혁신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각종 연구 센터와 IT 회사들을 설립하고 비자와 영주권을 제도를 손봤지만, 오히려 외국인 근로자들이 떠난 셈이다. 베이징에 남은 근로자 중에서도 과학 연구 및 엔지니어링 분야에 종사한 근로자는 13%에 불과했고, 30%가량이 행정 또는 교육 분야에서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국영 통신사 CNS에 따르면 10년 전 베이징에 장기 취업한 외국인 3만7000명의 대부분이 IT, 컨설팅, 기술 연구 분야 등에 근무했다.
SCMP는 "2016년 기준 실리콘밸리 근로자의 약 70%가 미국 외에서 태어난 것과는 달리 중국에는 외국 태생 근로자가 매우 적다"며 "중국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2004년 영주권 제도를 시작했으나 2018년까지 발급된 이른바 '그린카드'(중국 영주권)는 1만2000장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소재 유럽연합 상공회의소는 "지난 2년 동안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와 중국 사업부의 분리 현상이 관찰됐다"며 이로 인해 "중국 사업부가 새로운 프로젝트나 투자 계획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중국 소재 미국 상공회의소는 미·중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점을 베이징 인재 유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2019년 16%였던 베이징 내 미국·유럽인 근로자 비율은 현재 12%로 감소했다.
다만 비중이 늘어난 외국인 근로자 집단도 있었다. 같은 기간 베이징 내 아프리카 노동자는 26%에서 31%로, 러시아와 동유럽 노동자 비율은 11%에서 16%로 증가했다. 베이징시 인적자원부 산하 한 노동 매체는 "아프리카 근로자들은 중국에서 일하는 데 높은 관심을 보인다"며 "동유럽과 러시아 출신들도 새로운 성장의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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