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재집권] 내년에 연준 금리인하 속도 늦추나
    황정우 기자
    입력 2024.11.07 10:45

내년 6월 3.50~3.75% 전망 확률 낮아져

트럼프 물가정책의 핵심은 유가…"에너지업체는 감당 안돼"

미국 중앙은행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승리가 그동안 둔화 흐름을 보여온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50~4.75%로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 속에서 연준이 다음 달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준이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핵심 지표인 9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연준이 가장 최근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PCE 가격지수 상승률을 2024년 2.3%, 2025년 2.1%, 2026년 2.0% 등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전망 때보다 올해와 내년 전망치를 각각 0.3%포인트, 0.2%포인트 낮췄다.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한 믿음이 커진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함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나고, 연준이 금리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지난 6일 마감 무렵 내년 6월에 연방기금금리가 3.50~3.75% 범위가 될 확률은 15.6%로 반영됐다. 전날 마감 무렵 22.1%에서 7%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4.00~4.25% 범위가 될 확률은 26.6%에서 31.8%로 올랐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전일 대비 16.4bp(1bp=0.01%) 높은 4.431%로 뛰었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268%로 9.2bp 치솟았다.

10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0.1%포인트 오른 2.4%를 나타냈다. 지난해 초 이후 초대 상승 폭이다.

당선 인사하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웨스트팜비치[美플로리다주] AF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다음날인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지지자들에게 당선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2024.11.6

트럼프는 유세 기간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물가를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뉴욕 이코노믹 클럽에서 한 연설에서 "내 계획은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물리치고 물가를 빠르게 낮추고, 폭발적인 경제 성장에 다시 불을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체로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계획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트럼프의 전략 대부분은 유가 인하에 달렸다.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의 석유와 가스 자원을 더 적극 개발해 석유와 가스 가격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약속한 석유와 가스 가격 하락이 에너지 기업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다고 에너지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석유와 가스 가격이 떨어지면 다른 상품들의 가격도 떨어지고 이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가 이런 기준금리 인하 경로와 상충하는 또 다른 정책들도 약속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 중국 수입품에 대해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관세 인상은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전미소매협회(NFR)는 4일 공개한 '(트럼프 후보가 제시한) 관세의 영향 추정' 보고서에서 보편적 관세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시행되면 의류, 장난감, 가구, 가전, 신발, 여행용품 등 6개 품목의 가격이 두 자릿수대 인상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놨다.

트럼프는 또 소비자와 기업에 소비 여력을 높이는 감세도 약속했는데 이는 이미 경제가 탄탄한 상황에서 기업에 가격 인상 여력을 줄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다만 이민 제한 정책이 이를 상쇄할 수 있지만 동시에 불법 이민자 수백만 명을 추방하면 병목 현상이 생겨 물가 상승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예컨대 많은 건설노동자가 추방되면 건설 업체가 단기간에 수요를 맞출 만큼의 충분한 주택을 건설할 수 없게 돼 결국 주택가격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내년에 연준은 애초 계획만큼 기준금리를 내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예상한다.

에버코어 ISI 부회장 크리슈나 구하는 이날 메모에서 내년에 "우리는 연준이 적어도 한 번 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트럼프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자극할지는 이행 방식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한 애널리스트가 불법 이민자 추방, 보편적 10% 관세 및 중국산 수입품 60% 관세, 연준의 독립성 약화 등 세 가지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이 계획들이 실현될 경우 2028년까지 대부분의 물가가 현재 전망치보다 최대 28% 상승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은 현재의 거의 4배에 이를 것으로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관세 효과가 가장 크게 미치는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인플레이션을 0.3~0.4%포인트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T.D 증권은 이날 "트럼프의 승리는 단기간에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며 "올해에는 연준이 금리를 계속 내리겠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새 행정부의 정책이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미칠 영향을 더 파악하기 위해 금리인하를 멈출 것 같다"고 예상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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