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결정권 조롱' 하루 새 4천600%↑…오프라인서도 피해 잇따라
"남성 중심 커뮤니티, 트럼프 승리에 대담해져"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대선일 이후 온라인에서 여성을 향한 괴롭힘과 학대, 혐오 표현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에 따르면 지난 5일 대선 직후 24시간 동안 엑스(X·옛 트위터), 틱톡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성 혐오 표현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엑스에서 '너의 몸 나의 선택'(your body, my choice), '주방으로 돌아가'(get back to the kitchen) 언급은 4천600% 늘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을 써 '멍청이'라 부르는 등 혐오 표현도 대선 당일에만 4만2천여개 계정에서 6만4천회 이상 언급됐다.
이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지지하는 '나의 몸은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을 조롱의 의미로 패러디한 것이다. 주방을 언급한 것은 전통적 성 역할을 강요하며 여성의 위치로 가정 내로 제한하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
미국 백인 민족주의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인플루언서 닉 푸엔테스가 초기 선동가 중 한명으로 보인다고 ISD는 분석했다.
'당신의 몸, 나의 선택. 영원히'라 쓴 그의 엑스 게시물은 3천500만회 이상 조회됐다.
페이스북에서도 '너의 몸 나의 선택' 문구는 현재 인기 키워드를 알려주는 '트렌딩'(trending)에 올랐고, 틱톡에선 여성 이용자들 계정에 이 문구를 쓴 댓글이 무더기로 달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 틱톡 크리에이터는 여러 남성이 이 문구를 쓰며 성폭행을 위협해 영상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 참정권을 보장한 미 헌법 제19조 개정안을 폐지하라는 주장('repeal the 19th')도 다시 등장, 전주보다 446% 늘었다.
여성 괴롭힘이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학교 현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한 학부모는 딸이 대학 캠퍼스에서 '너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말을 세 번이나 들었다고 페이스북에서 전했다. 한 레딧 이용자는 캠퍼스에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복장의 남성 무리에게 '네가 속한 곳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썼다.
이 같은 현상은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혹은 여성혐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재생산권이나 성평등 요구에 대한 승리로 해석, 더욱 대담해진 영향으로 ISD는 보고 있다.
ISD는 "(매노스피어가) 여성 권리 제한에 대한 서사를 더욱 노골적으로 공격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는, 일종의 허가 구조로 선거 결과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omad@yna.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