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가자지구 최고 이슬람학자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은 잘못"
    황철환 기자
    입력 2024.11.09 21:11

이슬람 율법해석 '파트와' 발표…"하마스, 민간인 보호 의무 실패"

전쟁 전인 2018년 5월 라마단을 맞아 쿠란을 독경 중인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슬람 학자가 가자전쟁을 촉발한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규탄하는 파트와(이슬람 율법해석)를 내놔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하마스와 연계된 현지 교육기관인 가자이슬람대학의 샤리아·법학부 학부장을 역임한 살만 알다야 박사는 최근 6쪽 분량의 파트와를 공개했다.

그는 이 파트와에서 하마스가 "지하드(성전)를 통제하는 이슬람 원칙을 위배했다"고 규정했다. 지하드는 신앙을 방해하는 욕망과 싸우는 영적 전쟁을 뜻하지만, 불신자들에 맞선 군사적 투쟁을 의미하기도 한다.

알다야 박사는 "대의명분이나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지하드는 인명을 해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피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바이므로 그 공격(하마스의 기습공격)은 피했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이슬람 경전 쿠란과 행동규범인 순나는 상대방의 과도하거나 불균형적인 대응을 유발하는 행동을 피할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지하드를 행하는 데 엄격한 조건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하마스가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선제공격해 전쟁을 촉발, 수만 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목숨을 잃는 상황을 초래한 건 이슬람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알다야 박사는 비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는) 무방비한 민간인의 집과 대피소에 무장대원들이 가까이 가지 않도록 하고, 최대한의 안보와 안전을 제공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페허가 된 가자시티에서 안전지대를 찾아 피란하는 주민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라엘의 폭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민간인들 사이에 몸을 숨기는 하마스 무장대원들 때문에 인명피해가 더욱 커진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알다야 박사는 또 "신께서는 (이슬람 최고성지인) 메카보다도 인간의 생명을 더욱 소중히 여기신다"고 말했다.

법적 구속력은 없어도 이러한 내용의 파트와가 나온 것은 하마스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BBC는 짚었다.

파트와는 종교 지도자가 이슬람법 유권해석에 따라 내리는 일종의 포고령이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국가에서는 종교적 해석으로 의미가 제한되지만 무슬림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일부 국가에서는 법률보다 통제력이 강하다.

이스라엘 등은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쓰는 것은 물론 이번 전쟁 와중에도 주민들에게 식량과 생필품을 나눠주기는커녕 국제사회의 구호물자를 가로채는 행태를 보였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이 파트와는 가자지구 내부는 물론 아랍 세계 전반에서 그간 하마스가 보여온 행동들에 대한 도덕적·법적 논쟁을 활성화하고, 강경일변도의 무장투쟁을 둘러싼 팔레스타인 사회 내부의 이견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인 살라프파에 속한 중도 인사인 알다야 박사는 하마스를 비롯한 친이란 무장운동 세력을 전쟁 이전부터 꾸준히 비판하면서, 이슬람법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칼리프령'(caliphate)을 세울 것을 주장해 왔다.

제자 중 한 명인 셰이크 아슈라프 아흐메드는 알다야 박사가 주변의 권유에도 피란을 거부한 채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북부 중심도시 가자시티에 머물며 이번 파트와를 준비해 왔다고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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