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트럼프 2기에서 한국의 최대 리스크는 자동차입니다. 다만 미·중 경쟁 한복판에서 미국과 선박·방산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으로부터 'G7(주요 7개국) 플러스' 가입 지지를 얻어내는 등 기회 요인 또한 모색해야 합니다."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위원)은 10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경우 트럼프 1기에 이어서 2기에서도 대미 흑자가 큰 자동차 부문이 가장 우려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압승,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으로 취임 직후부터 관세를 앞세워 교역 상대국을 빠르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 전 본부장은 "트럼프 1기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철강 관세를 대폭 올렸는데, 이번엔 자동차에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미국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승용차 관세율을 현재 2.5%에서 트럭 수준인 25%로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는 자동차 부문 대책을 우선적으로 수립하고, 기업들은 무역 환경 변화에 맞춰 수출과 현지 생산 비중을 유연하게 관리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보편관세 10%보다 대(對)중국 관세 60% 부과가 한국을 비롯한 여타 시장에 미칠 후폭풍이 더 클 것으로 봤다. 여 전 본부장은 "중국이 트럼프 1기 때 합의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트럼프 2기는 출범 즉시 대중 관세 60%를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 수출이 막힌 중국이 공급과잉 물량을 다른 시장에 덤핑(헐값에 투매) 수준으로 밀어내 한국, 유럽연합(EU) 등에 산업 피해가 발생하고 이들 국가의 대중 반덤핑 관세,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가 이어지며 글로벌 교역 시장이 교란될 우려가 크다"고 예상했다.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에서 중국은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 2000억달러를 추가 구매키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이 합의에 따라 미국은 의무를 미이행한 중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폐기를 공약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CSA) 폐기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그는 "IRA나 반도체법은 공화당 지역구에서도 많은 혜택을 봐 트럼프 2기에서 완전한 폐기는 어렵다"며 "다만 트럼프 협상 스타일상 보조금 혜택을 유지하는 대신 기업들에 투자 확대 등 추가적인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2기는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약(弱)달러 기조 아래 환율 조작국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달러 가치 절하를 위한 다자 협상 등 '제2 플라자 합의'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예상했다.
여 전 본부장은 트럼프 2기를 미·중 패권 경쟁과 미국의 제조업 재건에 있어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그는 "트럼프가 당선 후 한국과의 조선 협력을 먼저 언급한 건 중요한 힌트"라며 "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을 도울 파트너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필요로 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조선·방산 분야에서 한미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엔 한국 조선업의 대미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존스법(모든 선박과 군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도록 한 법) 개정 등 규제 완화를 요구해야 한다"며 "미국은 캐나다와 호주, 영국에 '바이 아메리카'(미국산 구매) 예외를 인정하는데, 우리도 예외를 요구하는 등 미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건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원전 협력을 통해 제3 원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이 과정에서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현재 금지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를 푸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2기에서 G7 플러스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 전 본부장은 "트럼프 1기는 G7에 한국, 호주, 인도를 넣어 'G10'(주요 10개국)으로 확대하려고 했으나 당시 한일 관계 악화, 코로나19 등으로 논의가 무산됐다"며 "지금은 한일 관계가 개선된 만큼 이번 기회에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확보해 G7 플러스 가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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