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첫 임기 때 고율 관세에 당한 중국이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압박을 더 잘 견디게 할 요인들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고 이는 중국 산업을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하든 중국은 이를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먼저, 중국 정부는 국내 경제를 살리기 위해 투입할 수 있는 막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직후인 지난 8일 1조40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공산당 지배 체제는 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한 번 방향을 결정하면 신속하게 정책을 이행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
또 중국은 수년간 시행해온 정부 주도의 제조업 육성 정책 덕분에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등 청정에너지 기술의 지배적인 공급자가 됐다. 이를 통해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와 상관없이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첨단기술의 수출을 통제했지만, 이는 오히려 중국의 자급자족을 촉진했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이 미국 시장에 덜 의존한다는 점도 트럼프 1기 때와 다른 점이다. 중국 기업들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로 미국 수출이 어려워지자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에서 대체 수출시장을 개척했다. 영국의 조사기관 TS롬바드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수입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6년간 20%에서 13%로 줄었다. 다만 이는 중국이 멕시코, 베트남을 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한 영향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도 보복 대응하고 있다는 것도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에서 수입하던 콩 같은 농산물 일부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다른 국가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보복했다. NYT는 이번에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에 핵심광물 수출통제로 맞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NYT는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 위협을 완화하기로 결정할 수 있으며, 미국 경제가 관세로 인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 산업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 매쿼리 그룹에서 중국을 담당하는 수석이코노미스트 래리 후는 추가 관세 부과 이후 1년간 중국의 수출이 8% 감소하고, 연간 경제성장률이 2%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이 멕시코 등 다른 나라를 통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까지 차단할 경우 중국 경제의 피해는 더 커진다. 관료주의에 따라 움직이는 중국 국영기업이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의 새 관세 부과 조치는 (중국에) 도전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중국의 경제적 자립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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