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데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반응이 대조적이다. 두 기관의 수장과 트럼프 당선인의 과거 인연이 향후 행사 준비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주목되고 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과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모두 개최 예정지가 미국으로 이벤트 성공을 위해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협조가 절실하다.
AP통신은 최근 "미국에서 월드컵과 올림픽을 앞둔 FIFA와 IOC가 트럼프의 당선에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당선 직후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당선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반면 IOC는 아무런 입장을 내비치지 않았다. IOC는 중립성을 지키고 특정 정치 세력을 지지하지 않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017년 5월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에 처음 당선됐을 당시 통화로 “빛나는 승리”라고 축하한 바 있다.
월드컵과 올림픽 모두 수십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이벤트다. 이를 위해서는 개최국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뿐 아니라 보안을 위해서는 개최국 정부가 군·경 등을 지원하고 선수와 코치진, 전 세계 관광객이 모일 수 있도록 허가해야 한다.
AP는 "비자 발급과 보안 제공을 비롯한 각종 이슈가 트럼프 행정부와 논의해야 할 사항이다. 그 과정에서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와 그 이전에 상호 소통하는 과정을 기반으로 할 때 FIFA가 IOC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북중미 월드컵과 LA 올림픽 모두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기 행정부 당시 입찰에 성공한 행사다. 2017년에는 LA 올림픽, 2018년에는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북중미 월드컵을 유치했다. 당시만 해도 행사 개최 시점이 8년, 11년 뒤였던 만큼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2018년 8월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 당선인은 인판티노 회장을 백악관에서 만나면서 2020년 대선에서 본인이 승리할 것이라며 "2026년엔 내가 여기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6년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한 팟캐스트 방송에 나와 "월드컵과 올림픽 모두 진짜 내가 성사시켰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와 FIFA, IOC의 협업이 수월하게 진행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인판티노 회장, 바흐 위원장과 맺었던 관계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선 직후 나온 두 기관의 반응차도 이러한 관계성에서 비롯됐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우선 트럼프 당선인과 인판티노 회장은 임기 중 여러 차례 만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0년 1월 미국 대통령 신분으로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차 스위스 다보스에서 인판티노 회장을 만났을 당시 "나의 위대한 친구"라고 칭한 바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인 마러라고 인근의 마이애미로 이사하기도 했다.
반면 바흐 위원장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가 썩 좋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흐 위원장이 2017년 6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면담했는데 회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2024년과 2028년 올림픽 개최지에 LA와 프랑스 파리를 놓고 최종 조율 중인 상황이었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IOC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할 때 관련 사진이나 보도자료를 내놓은 적 없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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