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공휴일·美병력 입국 허용…페루 정부 "군경 1만3천명 배치"
정상들 대거 입국 전날 도심 화재·노동자 시위로 '어수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31차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페루 관계당국이 리마를 비롯한 주요 지역의 경계수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다.
13일(현지시간) 페루 대통령실·국방부·검찰·경찰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 공지 등을 종합하면 페루 정부는 APEC 정상회의를 맞아 14∼16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한편 군·경의 도심 순찰을 강화했다.
리마 국제공항을 비롯해 주요 버스 터미널에도 보안 요원을 상시 배치하는 등 총 1만3천여명이 APEC 치안 유지를 위해 투입된다고 페루 당국은 전했다.
후안 호세 산티바녜스 페루 내무부 장관은 페루 RPP뉴스에 "행사 안전 보장이 0순위 목표"라며 "범죄 발생률이 다소 낮은 지역의 경찰력을 리마에 파견 지원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말했다.
페루 의회는 별도로 정부에서 요청한 600명 규모의 미군 장병 입국과 미군 소유 항공기 및 각종 무기류 국내 반입을 허용한 바 있다.
또 이웃인 칠레 군 역시 페루에 입국해 접경 지역에서 자체적인 보안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현지 일간 엘코메르시오는 보도했다.
현재 페루 리마 광역 수도권과 카야오 등지에는 이달 말까지 국가 비상사태가 내려져 있다.
특히 리마의 경우 최근 강력 사건이 이어졌던 탓에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페루 수도 한복판에서는 한인 사업가가 베네수엘라 국적 갱단원들에 의해 납치됐다가 만 하루 만에 구출된 바 있다.
당시 납치범들은 수류탄까지 던지며 경찰에 저항했고, 그들의 차 안에서는 전쟁용 무기가 일부 발견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9월에만 대중교통 기사 4명이 괴한에게 잇따라 목숨을 잃거나 작지 않은 규모의 대통령 퇴진 시위가 이어지는 등 불안감이 고조돼 있던 상태였다.
이날 역시 도심에서는 6층짜리 산부인과 병원 건물에서 큰불이 나, 임신부와 젖먹이 아이들이 병원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또 운송업 노조원 수백명은 APEC 기간 대규모 파업을 예고하며 리마 거리를 행진하다가 경찰과 대치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졌다.
APEC 21개 회원국 정상 중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은 이날 리마에 도착해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과 회담하는 등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등은 정상회의 개막 전날인 14일 페루에 도착한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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