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급부상하면서 기존 측근 사이서 불만이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NBC방송 등 외신은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 사이에서 '머스크 CEO의 행동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라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의 지근거리에 머무르고 있는 머스크가 측근 그룹의 정권 인수작업에도 참견하는 등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측근은 "머스크는 마치 자신이 '공동 대통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그런 대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에 크게 공헌한 머스크 CEO에게 차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 자리를 맡겼다. 머스크 CEO는 연방 정부의 효율성 제고와 예산 절감 등의 영역 외에도 모든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 중이다. 특히 머스크 CEO가 지금껏 걸어온 행보를 보면 그는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타인의 생각을 바꾸고 강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캠프에서 당선을 도운 측근 그룹에서는 이미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NBC는 보도했다. NBC 보도를 보면 측근 측은 "머스크 CEO는 세상의 모든 사안에 대해 자신의 주장이 있고, 세상만사를 아는 사람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는 머스크 CEO가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아니라 자신의 계획을 차기 행정부에서 실현하려는 야심을 지니고 있다고 그의 의도를 의심하는 측근도 일부 있다고 NBC는 설명했다.
측근들의 우려와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머스크 CEO에게 전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날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자택에서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들을 만난 트럼프 당선인은 머스크 CEO를 극찬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사업체 경영도 제쳐놓고 선거운동을 도운 뒤에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는 취지다. 머스크 CEO는 대선 이후 텍사스 오스틴의 자택보다 마러라고의 트럼프 자택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머스크 CEO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의 손녀 카이 트럼프는 "삼촌이 된 일론"이라는 글과 사진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렸을 정도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머스크는 집에 돌아가지 않으려고 한다. 나도 어찌할 수가 없다"는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머스크 CEO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이 나름대로 애정을 담아 농담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서는 트럼프 당선인과 머스크 CEO의 관계가 궁극적으로는 파국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야심이 있는 두 사람이 장기간 우정을 지속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머스크 CEO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를 비판한 바 있고, 트럼프도 머스크 CEO를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무가치한 존재"라고 비꼬는 등 두 사람은 원만하지 않은 관계였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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