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트럼프 암살 안한다' 미국 정부에 확인서 전달"
    신재우 기자
    입력 2024.11.16 07:55

대선 앞둔 10월 14일 전달…美정부 경고에 응답 성격

트럼프 2기서 이란 관계 주목…이란 핵 개발 속 화해 제스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당선자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이란이 미국 대선 20여일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죽이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면 확인서를 조 바이든 행정부에 보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의 서한은 미 대선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14일에 전달됐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해쳐선 안 된다고 미 정부가 지난 9월 이란에 보낸 서면 경고에 대한 응답 성격이었다.

미 당국자들은 이란의 응답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위협을 최상위 국가안보 문제로 간주하고 그의 생명에 대한 어떤 시도도 전쟁 행위로 간주할 것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공개 메시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란은 특정인의 서명이 없는 이 서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이던 가셈 솔레이마니를 살해하라고 명령함으로써 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존의 비난은 반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서한이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자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해서는 미 당국자나 트럼프 캠프 관계자 모두 언급하지 않았다.

2020년 1월 미국의 표적 공습으로 국민영웅 솔레이마니를 잃은 이란은 계속적으로 복수를 천명해왔다.

지난주 미 법무부는 이란 요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기 전에 암살하려고 계획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는 이란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방 검찰은 앞서 8월 이란과 관계가 있는 파키스탄인을 트럼프 암살 음모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외에도 솔레이마니 암살 작전과 이란에 대한 광범위한 압박 정책에 관여한 트럼프 1기 행정부 인사들도 위협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브라이언 훅 전 이란 특사,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지금까지도 비밀경호국의 경호를 받아왔고, 최근에는 경호 수준이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이란은 트럼프 암살 시도 주장을 일축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최근 미국의 이런 주장을 "삼류 코미디"로 치부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과 이란이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 예단하긴 어렵다.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막판에 이란에 화해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해서는 안 되지만 테헤란의 정권교체나 이란과의 갈등을 추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당선인 주변 인사들은 이란에 심각한 경제 위기를 초래한 1기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정책'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임 당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주도로 이란 측과 타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복원한 바 있다.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진을 들고 있는 이란 시위대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미국의 제재를 해제해 경제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대립을 피하려는 모양새다.

이란은 핵 사용 감독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을 이란에 초청했고, 지난 13일 면담을 가진 후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헌신적 가입국으로서 IAEA에 완전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WSJ은 이란이 핵 합의가 파기된 후 핵 프로그램을 빠르게 가동해 현재 원자폭탄 4개 정도에 연료를 댈 수 있는 양의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수개월 안에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는 미국 당국자들의 말을 전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직면할 최대 과제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IAEA를 초청해 서방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핵무기를 생산하려고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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