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4년간 중동정세 변화 분석…"팔 문제 부각되고 이란-아랍국 관계 개선"
이스라엘 극우정권 '마이웨이' 태도도 난관…美 아랍계, 내각 인선에 우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하는 '집권 2기 중동질서 재편' 구상이 맞닥뜨릴 지정학적 조건이 과거보다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중동에서 협상을 끌어낼 트럼프의 공간은 왜 좁아졌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의 이전 임기 이후 중동의 지정학적 구도가 급변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 1기 행정부의 중동 전략은 '저항의 축'의 자금줄이자 핵심인 이란 정권을 경제적으로 약화시키고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데에 중점을 뒀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아랍 국가와의 국교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도 이런 배경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NYT는 "'거래의 성사'는 트럼프의 오랜 신조였지만, 4년 전과 비교하면 어떤 협상이든 성사될 공간이 좁아졌다"며 "동맹관계와 우선순위가 바뀌었고, 2023년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어떤 곳에서는 오랜 긴장이 더 높아졌지만, 다른 곳에서는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중동의 바뀐 정세를 설명할 제1요소는 팔레스타인 문제의 부각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아브라함 협정을 추진하던 때만 해도 팔레스타인 문제는 아랍 국가들에 큰 고려 요소가 아니었다.
그러나 가자 전쟁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중동 질서 재편의 열쇠인 수니파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에 있어 주요 변수가 됐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최근 "동예루살렘에 팔레스타인 독립국을 세우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과 수교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빈 살만 왕세자로서는 국내만이 아니라 아랍권 전체의 고조되는 반(反)이스라엘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수교 협상 상대국인 이스라엘에서도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다.
NYT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재집권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 전쟁의 책임론이 의제로 떠오를 수 있는 총선을 연기하기 위해 극우 여론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협상에서 양보할 여지도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과 아랍국 사이의 긴장 관계는 과거보다 완화했다.
지난 몇 년간 이란과 사우디, UAE 등 아랍 국가들의 외교 당국자가 직접 접촉하는 일이 있었고, 지난달에는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여러 중동 국가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은 아랍 국가들의 '실용 외교'를 촉진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미국이 중동 질서를 재편할 공간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 NYT의 전망이다.
CIA 출신 중동 전문가 칩 어셔는 사우디가 "이란과는 반쪽짜리 화해를 하면서 미국에는 안보 협정을 요구하는" 일종의 '양다리' 전략을 취하는 데 만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의 중동 전략이 난제에 직면할수록 대내적인 압력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AP통신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초기 내각 인선을 둘러싸고 그를 지지한 아랍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아랍계 인사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국무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을 비롯해 이스라엘 주재 대사로 내정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유엔 대사로 지명된 엘리즈 스테파닉 하원의원 등에 대해 의구심을 표현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의 사돈으로서 아랍계 지지에 역할을 한 레바논계 사업가 마사드 불로스나 외교·안보 책사로 꼽히는 리처드 그레넬 전 주(駐)독일 대사 등은 아직 새 내각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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