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도 핵 공격 대상에 포함하는 '핵 카드'로 맞불을 놨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1000일을 맞은 가운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점쳐진다.
러시아 국방부는 19일(현지시간) 오전 3시25분 우크라이나군이 접경지 브랸스크주에 에이태큼스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방공시스템이 6발 중 5발을 격추했으며 나머지 1발에도 손상을 입혔다고 전했다. 사상자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에이태큼스 사용 사실에 대해 확인 또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장거리 무기 역량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미국 관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약 8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러시아가 요격한 것은 2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첫 사례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에 실시됐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앞둔 데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참전한 것을 확인한 만큼 대응에 나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몇 달간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줄곧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러시아 본토 타격으로 확전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자국 영토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미사일 공격은 나토의 직접 개입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해왔다.
이날 에이태큼스 발사로 우크라이나 사태는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를 이용한 본토 공격을 허용한다면 제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다. 여기에 취임 직후 신속한 종전을 여러 차례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만큼 양측 모두 휴전 협상에 대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거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이날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핵 교리(독트린)를 발표했다.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러시아와 동맹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주는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미국이 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대한 대응책으로 보인다. 미국이 지원한 에이태큼스를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중대한 위협으로 평가한다면 핵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는 셈이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의 핵 태세에 아무런 변화도 관찰하지 못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정책 전환의 목표 중 하나는 북한에 '북한군이 취약하며, 북한이 병력을 더 보내서는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우크라이나가 북한군이 배치됐다고 알려진 쿠르스크를 겨냥해 에이태큼스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첫 공격은 브랸스크를 겨냥했다.
바실리 카신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교 통합 유럽·국제연구소장은 타스 통신에 이번 공격이 브랸스크에서 단 한 차례 제한적으로 실시됐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러시아의 반응을 시험하기 위한 공격"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공격에 대해 "미국과 서방에서 긴장 확대를 원한다는 신호"라며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핵 교리 개정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은 동맹국이 러시아를 침략한 것으로 분류될 수 있다"며 "이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주요 시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대량살상무기로 보복 공격을 할 권리가 있다. 이것은 이미 제3차 세계대전과 같다"고 경고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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