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의 쿠르스크 도박은 '흔들'…러, 빼앗겼던 영토 절반 탈환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진격 속도를 높이며 지난해보다 약 6배의 영토를 빼앗은 반면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감행했던 러시아 쿠르스크 침공 작전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가 소셜미디어 영상과 병력 이동 관련 보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러시아군은 도합 2천700㎢의 우크라이나 영토를 추가로 점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전부(465㎢)보다 약 6배나 넓은 것이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개전초 수도 키이우를 위협하다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동부로 밀려났고, 이후 양측의 전투는 1천㎞가 넘는 전선을 사이에 두고 교착 상태를 이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을 중심으로 점령지를 꾸준히 확대했고, 우크라이나군은 해당 지역 병참 요충지인 포크로우스크까지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러시아의 진격은 특히 최근 몇 달간 더욱 빨라졌고, 지난 9월 1일부터 이번 달 3일까지 두 달 사이에 새로 점령한 면적만 1천㎢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마리나 미론 국방 연구원은 러시아가 빠르게 진격을 계속하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이 "실제로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ISW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총 11만649㎢로 추산됐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지난 8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으로 진격한 이후 첫 달에 1천171㎢를 점령했지만, 현재는 러시아군이 이 중 거의 절반인 593㎢를 탈환한 상태다.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진격 초반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러시아군은 현재 북한군을 포함한 5만명의 병력으로 자국 영토 탈환을 위한 대규모 공세에 나설 채비를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쿠르스크 지역에서 촬영된 영상 등을 보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면서 러시아군이 병력과 장비 측면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점령 중인 러시아 영토가 갈수록 줄어드는 건 명백해 보인다고 BBC는 짚었다.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공격은 당시에는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본토를 때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크게 높였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위해 가장 경험이 많은 정예 공격 여단을 쿠르스크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세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몰려 있는 러시아군 정예를 쿠르스크로 분산시키려는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본토를 점령당하는 굴욕을 겪으면서도 우크라이나에 있는 정예병력을 국내로 되돌리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은 주요 전력이 쿠르스크에 묶이는 상황에 놓였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쿠르스크가 우크라이나군의 '전략적 재앙'이 되고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미론 연구원은 "이 작전은 (휴전을 위한) 정치적 협상에서 지렛대를 얻고 군사적으로는 러시아군을 돈바스에서 내보내고 쿠르스크를 해방하려는 목적이었다"라며 "그러나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지역에 묶여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더 많은 영토를 장악한 상황은 향후 있을 수 있는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의 협상력이 더욱 커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측 군이 대치하는 '현재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미론 연구원은 "협상할 때는 러시아가 강조해왔듯 전장 상황에 따라 할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좋은 협상 카드를 갖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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