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년여 만에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정된 핵 사용 교리(독트린)를 승인한 가운데, 러시아의 우방 중국 정부는 '냉정과 자제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새로운 핵 억지력 국가 기본정책을 승인했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제 육군 전술 탄도미사일을 사용했으나 러시아 방공시스템에 저지됐다고 했는데 중국은 어떤 입장인가"라는 러시아 관영매체의 질문을 받고 "우리는 관련 보도에 주목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린 대변인은 "현재 정세에서 각 당사자는 응당 냉정과 자제력을 유지하면서 대화와 협상으로 국면 완화 및 전략적 리스크 감소를 이끌어야 한다"며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국은 각 당사자가 국면 완화를 이끌고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힘써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러시아가 핵 사용 교리를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지난 9월에도 "중국은 여러 차례 핵무기를 사용해선 안 되고, 핵전쟁을 해선 안 된다고 천명해왔다. 러시아 지도자는 2022년 1월 '핵 전쟁 및 군비경쟁 방지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핵 전쟁에선 승자가 있을 수 없고, 핵 전쟁은 일어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며 보다 직접적인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은 발언 수위를 다소 낮춘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2020년 6월 이후 4년여 만에 이뤄진 핵 교리 개정을 승인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국제 상황의 변화에 맞췄다는 것이 그 이유다.
개정안은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결심할 수 있는 상황을 '국가 존립을 위협할 때'에서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줄 때'로 완화했다. 여기에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 핵보유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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