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세에 수세에 몰린 가운데 서방 정부들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기존 정책을 뒤집고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비지속성 대인지뢰를 공급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워싱턴포스트(WP)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 정책을 뒤집고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를 지원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지뢰는 지원해왔지만, 대인지뢰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밀러 대변인은 "우리는 항상 현 상황에 따라 정책을 조정하고 적용한다"며 "우리가 본 현 상황은 우크라이나 동부를 향한 러시아의 보병 진격이다. 대인지뢰(지원)는 이러한 진격을 무력화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또 이번에 지원하는 대인지뢰가 민간인에게 비교적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터리로 작동하는 이 지뢰는 시간을 설정할 수 있으며 배터리는 지뢰 매설 최소 4시간에서 최장 2주면 방전된다"며 "설치 후 2주 이내에 폭발하지 않으면 비활성화돼 전후 민간인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매설한 지뢰와 매우 다르며, 우리 군을 포함한 다른 나라 군대가 수십 년 전에 설치한 지뢰와도 다르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배치한 지뢰는 약 200만개에 달하며, 수십 년 동안 위협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오스를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도 현지 기자회견에서 대인지뢰 공급을 확인했다.
오스틴 장관은 러시아가 전차 등 기계화 부대를 앞세운 전쟁 초기와 달리 보병 부대 진격 작전으로 전술을 변경했다는 점을 지원 근거로 들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진격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을 필요로 한다"며 "우크라이나는 현재 자체적으로 대인지뢰를 생산하고 있다고"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제공하려는 지뢰는 비지속성으로, 스스로 작동하고 폭발하는 시기를 제어할 수 있어 우크라이나 자체 생산 지뢰보다 훨씬 안전하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어떻게 지뢰를 사용할지를 이야기해왔고, 지뢰를 어디에 설치하는지 책임 있게 기록하고, 자폭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4년 한반도 외 대인지뢰 사용 금지 정책을 실시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첫 임기 중인 2020년 1월 해당 정책을 폐지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6월 해당 정책을 되살렸다. 그러나 신속한 휴전 협상을 강조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리자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서방의 지원도 많이 늘어났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우크라이나가 영국에서 지원받은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 섀도로 러시아 본토를 처음으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서방 당국자에 따르면 이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대응이다.
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가 사거리가 약 300㎞의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탄도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하자 영국도 스톰 섀도를 사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가한 것으로 보인다. 스톰 섀도의 작전 반경은 약 250㎞에 달한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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