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 인선에서 배제당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차기 행정부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발탁된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에 대해 "러시아, 이란, 시리아, 중국의 지지자"라고 비난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전 대선 후보에게는 관련 정책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공화당 경선 후보에 출마했던 헤일리 전 대사는 21일(현지시간) 시리우스 XM 라디오쇼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선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2기 행정부에 발탁된 개버드 전 의원과 케네디 주니어 전 후보는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으나 공화당으로 돌아선 인물들이다.
먼저 헤일리 전 대사는 "개버드는 러시아를 옹호했고, 시리아를 옹호했고, 이란을 옹호했고, 중국을 옹호했다"면서 "그 중 어느 것도 철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DNI 국장은 미국 안보에 대한 "실제 위협을 분석해야 하는 자리"라며 "러시아, 이란, 시리아, 중국 지지자를 위한 곳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DNI 국장은 DNI뿐 아니라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방정보국(DIA) 등 미국 내 총 18개의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자리다.
개버드 전 의원은 당초 민주당 소속이었으나 정책 이견 등을 이유로 2022년 탈당했다. 이후 무소속으로 활동하다가 2024년 공화당에 가입했다.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책임을 묻는 등 친러시아적 성향을 보여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또한 하원의원 시절인 2017년 1월 시리아를 방문해 독재자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2차례 만나는가 하면 알아사드 대통령이 미국의 적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또한 헤일리 전 대사는 케네디 주니어 전 후보에 대해서도 "진보적 민주당원"이라며 "환경 변호사, 소송 변호사로 의료 분야에 전혀 경험이 없다"고 인사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그는 "여러분 중 일부는 케네디 주니어가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고, 일부는 그가 백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가 무대 뒤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케네디 주니어 전 후보는 당초 올해 대선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가 트럼프 당선인 지지로 돌아섰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하자 현지에서는 전문성 없는 '백신 음모론자'가 미국의 공중보건정책을 책임지게 됐다는 우려기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백신 사용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거나, 인공화학물질이 어린이를 게이 또는 트랜스젠더로 만든다거나, 자신의 뇌 일부가 기생충에게 먹혔다는 등 의학적 근거가 없는 발언을 반복해왔다.
이날 헤일리 전 대사의 비판 발언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우려들과 기조를 같이 한다. 전직 공화당 의원인 애덤 킨징거는 최근 칼럼에서 개버드 전 하원의원의 정치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그녀가 푸틴의 주머니에 있었음이 그토록 명백함에도, 그녀가 (DNI 국장으로서) 미국과 국방관련 정보기관들의 모든 비밀을 갖길 원하느냐"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1기에 몸담았던 헤일리 전 대사는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했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직후 헤일리 전 대사를 두고 공개적으로 2기 내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배제 글을 올리기도 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주에도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으로서 내각 인선을 주도하고 있는 하워드 러트닉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충성도를 기준으로 예스맨 중심의 내각을 구성 중인 트럼프 당선인을 비판한 바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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