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중국에서 살인 용의자를 승객으로 태운 한 택시기사가 침착하게 대응하며 기지를 발휘해 범인 검거에 큰 몫을 했다.
2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택시기사 A씨가 겪은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A씨는 이날 도로에서 20대 남성 B씨를 승객으로 태웠다. B씨는 승차 지점에서 약 1100㎞나 떨어진 산둥성 웨이팡까지 장거리 이동을 요구했다. 두 사람 간에는 택시 요금을 4500위안(약 87만원)으로 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B씨는 먼저 4000위안(약 77만원)을 선불로 냈고, 남은 금액은 도착하면 지불하겠다고 했다.
A씨가 운전한 택시에는 승객 B씨 외에도 보조 운전자 C씨가 함께 타고 있었다. 회사 정책상 장거리 이동을 할 경우에는 보조 운전자가 동승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300㎞가량 이동했을 때 B씨는 A씨에게 더 빨리 가달라고 요구했다. A씨가 안전 운전을 해야 한다고 하자 B씨는 "사람을 죽였다. 빨리 집에 가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해야 한다"고 중얼거렸다.
C씨는 이를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웃어넘겼지만, A씨는 뒷좌석에 앉은 B씨의 표정을 보고는 심각한 상황임을 알아차렸다. 그때 마침 A씨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발신자는 후베이성 징먼시의 경찰이었다. 경찰은 A씨에게 승객 B씨가 살인 용의자라는 사실을 알리며 택시를 추적하고 있으니 검거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전화를 끊은 A씨는 "잘못 걸려 온 전화"라고 둘러댄 다음 차를 충전소 방향으로 돌렸다. 또 C씨에게는 태연함을 유지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A씨가 충전소에 도착해 차량을 충전하는 동안 경찰은 현장에 도착했고, B씨는 바로 체포됐다. 경찰은 지난 17일 용의자 체포에 기여한 A씨와 C씨에게 각각 1000위안(약 2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이 소식을 접한 현지 누리꾼들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등에 침착하게 대처한 기사 A씨를 칭찬하는 댓글을 달았다. 이들은 "A씨의 기지와 대처가 대단하다", "내가 택시기사였다면 차를 버리고 도망쳤을 것", "이게 실제 상황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경찰이 택시기사 휴대전화 번호를 추적할 수 있는 감시 네트워킹 시스템이 놀랍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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