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나였으면 택시 버리고 도망"…장거리 가 달라는 승객, 알고 보니 살인범
    입력 2024.11.23 19:31

[ 아시아경제 ] 중국에서 살인 용의자를 승객으로 태운 한 택시기사가 침착하게 대응하며 기지를 발휘해 범인 검거에 큰 몫을 했다.

2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택시기사 A씨가 겪은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A씨는 이날 도로에서 20대 남성 B씨를 승객으로 태웠다. B씨는 승차 지점에서 약 1100㎞나 떨어진 산둥성 웨이팡까지 장거리 이동을 요구했다. 두 사람 간에는 택시 요금을 4500위안(약 87만원)으로 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B씨는 먼저 4000위안(약 77만원)을 선불로 냈고, 남은 금액은 도착하면 지불하겠다고 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A씨가 운전한 택시에는 승객 B씨 외에도 보조 운전자 C씨가 함께 타고 있었다. 회사 정책상 장거리 이동을 할 경우에는 보조 운전자가 동승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300㎞가량 이동했을 때 B씨는 A씨에게 더 빨리 가달라고 요구했다. A씨가 안전 운전을 해야 한다고 하자 B씨는 "사람을 죽였다. 빨리 집에 가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해야 한다"고 중얼거렸다.

C씨는 이를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웃어넘겼지만, A씨는 뒷좌석에 앉은 B씨의 표정을 보고는 심각한 상황임을 알아차렸다. 그때 마침 A씨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발신자는 후베이성 징먼시의 경찰이었다. 경찰은 A씨에게 승객 B씨가 살인 용의자라는 사실을 알리며 택시를 추적하고 있으니 검거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전화를 끊은 A씨는 "잘못 걸려 온 전화"라고 둘러댄 다음 차를 충전소 방향으로 돌렸다. 또 C씨에게는 태연함을 유지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A씨가 충전소에 도착해 차량을 충전하는 동안 경찰은 현장에 도착했고, B씨는 바로 체포됐다. 경찰은 지난 17일 용의자 체포에 기여한 A씨와 C씨에게 각각 1000위안(약 2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이 소식을 접한 현지 누리꾼들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등에 침착하게 대처한 기사 A씨를 칭찬하는 댓글을 달았다. 이들은 "A씨의 기지와 대처가 대단하다", "내가 택시기사였다면 차를 버리고 도망쳤을 것", "이게 실제 상황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경찰이 택시기사 휴대전화 번호를 추적할 수 있는 감시 네트워킹 시스템이 놀랍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장거리
    #베이
    #보니
    #용의자
    #중국
    #택시
    #경찰
    #달라
    #기사
    #승객
이 기사, 어떠셨나요?
  • 기뻐요
  • 기뻐요
  • 0
  • 응원해요
  • 응원해요
  • 0
  • 실망이에요
  • 실망이에요
  • 0
  • 슬퍼요
  • 슬퍼요
  • 0
댓글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0/500
국제 주요뉴스
  • 1
  • 미 상무장관 후보자의 투자회사, 가상화폐 업체 테더와 협력강화
  • 미 상무장관 후보자의 투자회사, 가상화폐 업체 테더와 협력강화
  • 2
  • 이란 "영·프·독과 29일 핵 문제 관련 회담"
  • 이란 "영·프·독과 29일 핵 문제 관련 회담"
  • 3
  • "모두가 겁에 질렸다" 트럼프 대비 서두르는 美이민자들
  • "모두가 겁에 질렸다" 트럼프 대비 서두르는 美이민자들
  • 4
  • 필리핀 마닐라 빈민촌서 대형 화재…가옥 1천채 불타
  • 필리핀 마닐라 빈민촌서 대형 화재…가옥 1천채 불타
  • 5
  • 트럼프 2기 안보보좌관 "당선인 확전 우려…종전 논의해야"
  • 트럼프 2기 안보보좌관 "당선인 확전 우려…종전 논의해야"
  • 6
  • 우루과이 대선 결선투표…출구조사 "좌파 오르시 당선 유력"
  • 우루과이 대선 결선투표…출구조사 "좌파 오르시 당선 유력"
  • 7
  • 해리스 향후 행보는…대권 재도전 징검다리로 주지사 출마 거론
  • 해리스 향후 행보는…대권 재도전 징검다리로 주지사 출마 거론
  • 8
  • 우루과이 대선, 野 오르시 당선…5년만에 중도좌파 재집권
  • 우루과이 대선, 野 오르시 당선…5년만에 중도좌파 재집권
  • 9
  • "트럼프 인수팀 비밀자금으로 운영…기부자 비공개 무제한 모금"
  • "트럼프 인수팀 비밀자금으로 운영…기부자 비공개 무제한 모금"
  • 10
  • 푸틴 측근 또 핵위협…"누구에게 우리 핵기술 넘길까 생각"
  • 푸틴 측근 또 핵위협…"누구에게 우리 핵기술 넘길까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