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일본의 한 지하철에서 여성들의 냄새를 노골적으로 맡아온 남성이 성추행 혐의로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본 교토의 지하철에서 남성 A씨(48)가 한 여고생에게 바짝 붙은 채 머리카락 냄새를 계속해서 맡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지하철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가 그간 여학생과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이 같은 성추행을 장기간 여러 번 저지른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이른바 '민폐법'으로 그를 기소했고, 법원은 지난달 A씨에게 40만엔(약 396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일본의 '민폐법'은 경범죄 처벌법을 의미하는 단어로, 타인의 불쾌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물리적 접촉이 없더라도 성추행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는 모든 행위가 문제시될 수 있다. A씨는 경찰 측에 후회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으나, 조사 당시 "내 행동이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결코 체포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과 관련해 간사이TV는 최근 여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 리서치 업체 '서클업'은 지난 2월 여대생 약 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응답자의 35%가 "'만지지 않는 성추행'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피해 사례로는 불편할 만큼 바짝 붙어 머리카락 냄새나 향수 냄새를 맡는 것, 계속해서 빤히 쳐다보는 것, 입김을 불어대는 것, 일부러 지나치게 가까이 앉는 것, 피해자만 들을 수 있게 속삭이는 것, 휴대전화 데이터 공유 기능(에어드롭)을 통해 부적절한 이미지나 메시지를 전송하는 것 등이 있었다. 그러나 여성들은 피해를 입증하기 어렵다거나 신고하는 방법을 몰랐다는 이유 등으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상당수가 피해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다.
간사이TV의 보도 이후 현지 누리꾼들은 "아니라고 잡아떼면 뭐라 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악용하는 것 같다" "정말 교묘하고 악랄한 행동이다" "유럽이나 미국에 있을 때보다 국내 대중교통에서 더욱 긴장한다" "더 많은 사람이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 등 가해자에게 격분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쳐다보는 것만으로 성추행 낙인을 찍는 것은 너무하다" "이러다 옆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범죄자가 될까 봐 두렵다" 등 공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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