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국적 5인 간첩 혐의 기소…"수년간 러시아 정보요원과 소통"
"반러인사 감시·미행에 납치·살해도 모의…독일 미군기지도 감청 시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영국에 거주하며 수년간 러시아 정보기관을 위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 불가리아 국적 남녀 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고 영국 언론들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간 텔레그래프와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검찰은 불가리아 국적의 올린 루세프(46)와 비저 드잠바조프(43), 카트린 이바노바(33), 바냐 가베로바(30), 티호미르 이반체프(39) 등 다섯 명을 러시아 정보기관과 협력해 유럽 내에서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의 리더격으로 알려진 루세프와 드잠바조프는 간첩 활동을 한 사실을 인정했으며, 나머지 세 명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영국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여간 '루퍼트 티츠'라는 가명을 쓰는 러시아 정보 요원과 소통하며 유럽 전역에서 러시아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기자나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고 이들에 대한 납치·살해 등 범죄를 모의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유럽연합(EU) 영주권을 가지고 주로 런던 근교에 거주하면서 간첩 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베로바는 런던 서부 근교에서 '프리티 우먼'이라는 이름의 미용실을 운영하며 미용사로 일했고, 이바노바는 평범한 실험실 조수였으며, 이반체프는 런던 북부 엔필드에서 화가 겸 인테리어 업자로 일했다.
이들이 관여한 첩보 작전은 총 6건으로, 그중에는 2022년 말 독일에 있는 미군 기지에서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고 고위 인사들에 대한 정보를 빼내는 임무도 있었다. 이들이 노린 미군 기지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미군과 함께 훈련받던 곳이었다.
이들은 이 작전을 위해 미군 기지 인근의 이동통신망을 차단하는 첨단 장비를 동원하는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영국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에서 러시아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 온 기자 크리스토 그로제프(54)를 감시하고 미행하면서 납치·살해를 모의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그로제프는 2018년 러시아에서 영국으로 망명한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의 죽음의 배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있다고 폭로하면서 러시아 당국의 표적이 됐다.
이들 다섯명은 2021년부터 그로제프를 감시하기 시작해 오스트리아와 스페인까지도 미행했으며, 그를 모스크바로 납치하거나 살해할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그로제프 외에도 영국에서 러시아 문제를 집중 보도하는 매체 '인사이더'의 러시아 출신 탐사보도 기자 로만 도브로호토프(41)도 이들의 표적이 됐다.
이들은 또한 감시 대상이 탄 비행기까지 따라 타는 등 집요하게 미행을 했고, 여성인 이바노바와 가베로바는 더 많은 정보를 캐내려고 이른바 '미인계' 작전을 계획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들의 작전이 "매우 위험하고 정교했다"면서 "피고인들은 이 행위를 통해 상당한 양의 돈을 벌었다"고 전했다.
이들이 체포될 당시 경찰은 루세프가 아내, 의붓아들과 살고 있던 노퍽주의 숙소 등에서 휴대전화 221대와 유심칩 495개, 녹음 및 영상 녹화 장비, 드론, 도청 장치, 전파 방해 및 해킹 소프트웨어 등의 장비를 발견했다.
영국 검찰은 이들 중 드잠바조프는 여성인 이바노바와 가베로바와 동시에 교제하며 '삼각관계'를 이뤘으며, 가베로바는 과거 다른 동료인 이반체프와도 교제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는 간첩 행위가 발각됐을 때 교제 중인 상대를 위해 한 일이라는 식으로 둘러대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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