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英 하원서 말기환자 조력사 허용 법안 첫관문 통과
    김지연 기자
    입력 2024.11.30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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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이하 남은 시한부 환자 대상…대부분 국가에선 불법

조력사망 찬성 시위대
(런던 EPA=연합뉴스) 영국 하원에서 조력 사망 법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된 29일(현지시간) 런던 의회 앞에서 찬성 시위대가 '죽음에 대한 선택권을 달라' 등 팻말을 들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하원에서 말기 질환을 앓는 환자가 의학적 도움으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조력 사망(assisted dying) 법안'이 1차 관문을 통과했다.

하원은 29일(현지시간) 조력 사망 법안에 대한 2차 독회에서 찬성 330표, 반대 275표로 법안을 가결했다.

1차 독회에선 표결하지 않는 만큼 이날이 이 법안에 대한 의회 첫 표결이었다. 법안은 앞으로 하원 위원회, 3차 독회 등 절차를 거쳐 상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법안은 수정될 수 있다.

이 법안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말기 질환을 앓아 여생이 6개월 이하로 남았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은 시한부 성인 환자가 의학적 도움으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독립적인 두 명의 의사와 판사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의사가 준비한 약물을 환자가 직접 투여하도록 했다.

영국에선 최근 조력 사망 허용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찬성하는 쪽은 생존 가능성 없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쪽은 환자가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이유 등으로 죽음에 대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고 법안이 안전장치를 완벽하게 갖추지 못했다고 반론한다.

이날 의회 앞에서는 수백명이 찬반으로 나뉘어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표결에서도 당에 관계없이 찬반이 엇갈렸다.

집권 노동당과 제1야당 보수당 등은 당론을 정하지 않고 개별 의원에게 자유롭게 투표하도록 했다. 막판까지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이날 투표까지 통과 여부가 불투명했다.

전직 총리 중 고든 브라운(노동당), 테리사 메이(이하 보수당),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가 반대했고 데이비드 캐머런(보수당) 전 총리는 최근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키어 스타머(노동당) 현 총리와 리시 수낵(보수당) 전 총리는 찬성표를,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는 반대표를 던졌다.

법안을 발의한 킴 리드비터(노동당) 의원은 토론을 시작하며 "우리는 삶과 죽음 사이의 선택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에게 어떻게 죽을지 선택권을 주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대파인 대니 크루거(보수당) 의원은 "국가 자살 서비스보다 나은 아이디어가 있는 토론이 돼야 한다"며 "우리는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을 해로부터 보호하는 사람인데 그 역할을 포기할 위기"라고 말했다.

조력 사망 반대 시위자들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하원에서 조력 사망 법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된 29일(현지시간) 런던 의회 앞에서 반대 시위대가 '조력 자살은 해결책이 아니다', '그 법안은 안전하지 않다' 등 팻말을 들고 있다.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조력 사망을 허용하지 않는다. BBC 방송은 이를 허용하는 일부 국가의 인구를 모두 합하면 3억명이라고 추산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조력 사망을 합법화한 곳으로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스위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스페인, 미국 일부 주 등이 있으며 말기 진단, 참을 수 없는 고통 등 허용 기준은 나라, 지역마다 모두 다르다.

많은 국가에서 불법인 만큼 세계 처음으로 이를 허용한 스위스로 상당수 외국인이 건너가 죽음을 맞고 있다.

취리히의 조력 사망 기관인 디그니타스에서 1998∼2023년 죽음을 맞은 3천900여 명에는 독일인 1천454명, 영국인 571명, 프랑스인 549명, 미국인 207명이 포함됐다고 WP는 전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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