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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무리 그래도 총리가 고독한 미식가라니"…일본 내부서 '쓴소리'
    입력 2024.12.0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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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일본은 '혼밥의 나라'로 꼽힌다. 대부분 식당에 1인 손님을 배려한 칸막이가 설치돼 있으며, 고기 굽는 불판도 1인당 한 개씩 내주곤 한다.

그러나 일본 정계는 되려 '혼밥하는 총리'를 질책하는 모양새다. 지난 9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후임으로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회식 횟수'가 적다며 우려를 사고 있다.

일본은 혼밥 문화에 친숙한 나라다. 일본 인기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한 장면. 도라마코리아 유튜브 캡처

일본 산케이신문은 1일(현지시간) 이시바 내각 발족 2개월을 맞이해 '이시바 일지'를 내놨다. 이 일지는 이시바 총리의 지난 2개월간 행보를 정리한 특집으로, 가장 눈에 띄는 자료는 '역대 총리 취임 후 회식 횟수'다.

매체에 따르면, 일본 정계에선 신임 내각 출범 이후 총리들은 부지런히 동료 정치인들과 회식을 해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아베 전 총리는 첫 2개월 동안 31회 회식을 했고,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무려 68회의 회식을 주선했다. 기시다 전 총리도 어수선한 상황에서 10회의 회식을 마쳤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는 단 9회의 회식밖에 하지 않았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매체는 이시바 총리를 '고독한 미식가'에 비유했다. 고독한 미식가는 국내외에서 인기를 끈 일본 드라마로, 전국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중년 샐러리맨이 혼밥을 즐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매체는 "(이시바) 총리는 향후 '고독한 미식'을 졸업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일본 매체들이 '총리의 회식 횟수'에 집착하는 배경엔 일본 특유의 정치 문화가 있다. 의원 내각제인 일본은 총리보다는 당이 우선이며, 총리의 실질적인 영향력은 당내 '계파'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내각 발족 후 첫 수개월 간 총리는 여러 계파의 정치인과 각계각층 인사들을 만나 '기반 다지기'에 들어가야 향후 안정적인 정국을 꾸려나갈 수 있다.

이와 관련, 일본의 정치 전문가인 시라토리 히로시 호세이대 대학원 교수는 "(일본에서) 정치인의 회식은 '요정 정치', '음식 정치'라고 불리며 비판받는 문화이기도 하다"면서도 "어떤 의미에선 (정치인 간) 서로의 의사소통을 도모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2018년 당시 故(고) 아베 전 총리의 회식 당시 모습. 기시다 전 총리 등 일본 집권 자민당의 유력 인사들이 참석했다. 계파 정치가 발달한 일본에서 정치인의 회식은 '요정 정치'로 불릴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연합뉴스

산케이신문 또한 이전의 총리들은 기반 다지기를 철저히 해왔다고 지적한다. 매체는 "일각에선 정치인들의 회식에 대한 비판 의견도 있지만, 역대 총리들은 (회식 자리를) 당내 기반과 정책 힌트를 얻는 장소로 활용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베 전 총리는 총리로 돌아온 직후 2개월간 31회 회식을 하며, 정치가는 물론 경제계, 미디어 업계의 톱들과도 시간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기시다 전 총리는 (회식 횟수는) 이시바 총리와 닮았다"면서도 "하지만 두 사람의 차이가 있다면 기시다 전 총리는 20명의 국회의원을 대거 불러 회식 자리를 가졌다는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시바 총리는) 취임 전에도 의원용 식당에서 책을 한 손에 든 채 혼자 식사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고 한다"며 "그가 고독한 미식가 생활을 졸업하고 상대와 폭넓은 회식을 통해 당내 융화를 도모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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