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호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연령제한 조치는 온라인상의 청소년을 안전하게 보호하지 못한다. 불타는 건물에 들어가려는 15세 청소년은 막을 수 있어도 16세가 된 그들에게 지옥의 문이 열리는 것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내부의 불을 끄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16세 미만의 SNS 사용을 제한하고 위반한 기업에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49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이 광범위한 법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에 더는 현 상태를 용인할 수 없다는 최후통첩을 전달하고 있다. 전 세계는 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성인이 되는 우리의 후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지를 두고 전 세계 국회의원, 기업, 학부모, 연구자 사이에 절실히 필요했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온라인에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연방법을 통과시킨 게 벌써 1998년이다. 의원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한 세대가 인터넷에서 성장을 마친 뒤였다.
호주의 금지 조치에는 분명 결함이 있지만, 이러한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조치는 중국을 제외하고선 SNS 플랫폼에 가해진 가장 광범위한 제한 중 하나고, 정부 역시 법의 적용 방법에 대한 설명을 거의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호주인의 77%는 연령 제한을 지지하고 있다.
나는 이 새로운 법에 대해 이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다. 난 여전히 이 법이 복잡한 문제를 단편적인 해결책으로만 접근하고 있어 의도는 좋지만 결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에 따르면 전면적인 연령 금지는 청소년의 다양한 성숙 수준을 무시해 인터넷이 청소년 정서 발달에 끼치는 악영향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학부모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말이다.
특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온라인에서의 교육, 업무, 사교 활동이 늘어난 현대 사회에서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눈부신 현실을 무시한 조치이기도 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청소년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호주 내 소외계층의 생명줄을 끊는 일이 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플랫폼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종합적인 솔루션을 마련하는 것과 같은 더 고난도 정책 작업을 지연시킬 수 있다.
호주는 부모와 청소년에게 법 위반에 따른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IT에 능숙한 10대들은 연령 제한을 우회하는 데도 매우 탁월하다. 일례로 노르웨이는 현재 13세 미만 아동의 SNS 사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11세 아동의 72%가 여전히 SNS에 접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는 개인정보 보호의 일환으로 SNS 플랫폼이 신분증 없이도 연령을 확인하는 기술을 고안해 내도록 1년의 유예 기간을 줬다. 다만 메시지 서비스 등 일부 플랫폼은 규제를 면했다.
현재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호주의 이러한 정책을 반대하는 건 단순히 일론 머스크와 빅테크들뿐만이 아니다. 호주의 인권위원회(HRC), 유엔의 아동 관련 기구, 수십 명의 학자 및 연구원들이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호주의 정책이 청소년을 더욱 위험한 무법지대의 온라인 공간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는 타당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접근을 단순히 몇 년 연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들이 디지털 보호 장치를 도입하도록 강제하기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인 법률이 필요하다. 호주의 SNS 금지령이 설령 실패로 끝나더라도 이미 전 세계가 참고할 만한 무수히 많은 정책 대안들이 제시되는 등 공론화의 계기가 됐다.
전 세계 입법자들은 SNS 기업들에 더 많은 투명성을 제공하도록 요구해 외부 연구자들이 내부를 들여다보고 청소년의 정신 건강과 정서 발달에 미치는 잠재적 해악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SNS의 불투명한 알고리즘 작동 방식이 어떻게 청소년들을 중독시키고 위험한 토끼굴로 몰아넣는지 전문가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맞춤형 치료법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규제 당국의 압력은 이미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호주가 SNS 최소 연령 도입 계획을 처음 발표한 지 약 일주일 후,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플랫폼은 인스타그램에서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 설정을 공개했다. 물론 사측은 이미 상당 기간 준비해왔던 기능이며, 당국의 정밀 조사 압박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호주가 실리콘밸리와 부딪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호주는 수년간 기술 플랫폼이 언론사에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제하는 소송전을 벌여왔으며 그 결과 메타와 알파벳의 구글을 언론사와의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도 했다(올해 초 메타는 해당 계약을 갱신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캐나다도 호주처럼 하려 했으나 메타는 캐나다에서 자사 플랫폼의 뉴스 제공을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 기업을 상대할 때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고통스러운 현실과 함께 빅테크에 대한 글로벌 공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줬다.
호주는 다른 어떤 민주국가에서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그러나 새로운 규제를 어떻게 시행할지, 시행할 수는 있을지 판가름할 시험대에 올랐다. 호주는 청소년을 온라인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고안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토론에 나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전 세계의 부모들도 정책 입안자들이 이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기를 바라야 한다.
캐서린 소르베케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A Flawed Ultimatum to Big Tech Is Better Than Nothing’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