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의 한 여성이 남자친구를 여행용 가방 안에 넣어 질식사에 이르게 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선고 직후 지지자들을 향해 웃는 모습을 보여 공분을 사기도 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은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시 오렌지카운티 법원이 선고공판을 열어 살인 혐의를 받는 세라 분(47)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분은 2020년 2월23일 윈터파크시에 위치한 자택에서 남자친구인 조지 토리스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분은 "만취 상태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놀던 중, 토리스가 스스로 여행용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며 "난 가방의 지퍼를 채웠을 뿐"이라고 사고사를 주장했다.

분은 그 상태로 잠든 후 다음 날 아침 토리스를 가방 속에서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토리스는 이미 질식으로 숨을 거둔 후였으므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는 키 157㎝, 체중 47㎏의 왜소한 체격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기관은 분에게 고의적 살인이지만 계획적 살인은 아닌 2급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하지만 휴대전화에 담긴 증거 영상이 발견되며 사건이 뒤집혔다. 영상 속 가방에 갇힌 토리스는 "숨을 못 쉬겠다"고 소리치며 가방을 손발로 밀어내는 등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자 분은 "당신이 날 때리고 내 목을 조를 때 감정과 똑같다"면서 "당신이 바람을 피운 대가"라고 응수했다. 재판부는 해당 영상을 증거로 채택하며 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토리스의 가족은 "분은 토리스만 죽인 것이 아니라 형제와 아버지, 삼촌도 죽였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런데도 분은 끝까지 범행을 시인하지 않았다. 그는 "살인을 인정한다면 형량을 낮춰 구형하겠다"는 검찰의 제안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은 재판 과정에서 "왜 가방 지퍼를 열어주지 않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난 가정폭력 피해자였다. 토리스가 내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기를 바랐다"고 답했다. 변호인 역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학대를 당했다"며 "피학대 여성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분은 체포 후 58개월 동안 구치소에서 생활했으며, 결국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선고 직후 자신을 응원해 준 지지자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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