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위고비 애용가'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인의 건강을 위해 비만 치료제의 가격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CEO는 11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브라이언 톰슨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CEO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루이지 만조니의 선언문 일부를 발췌한 게시물을 공유하며 "미국인의 건강, 수명,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있어서 GLP 억제제를 대중에게 초저가로 제공하는 것보다 더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다른 어떤 것도 이에 근접하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해당 게시물은 "미국은 세계에서 최고로 비싼 의료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기대 수명은 약 42위다"라는 문장에 빨간 동그라미를 치며 강조하고 있다. 머스크 CEO 역시 비만 치료제 가격이 너무 비싸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점을 조명하고자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머스크 CEO도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은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이다. 체중감량 효과가 확인돼 이를 기반으로 만든 위고비, 오젬픽 등 당뇨·비만 치료제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머스크 CEO의 지적처럼 비만 치료제는 높은 가격 탓에 대중에겐 진입장벽이 높다. 인터넷 매체 쿼츠에 따르면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오젬픽과 위고비의 한 달 분량 가격은 미국에서 각각 968달러(약 138만원), 1349달러(약 193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당뇨나 심장질환 치료 목적이 아닌 단순 체중 감량 용도로 사용할 경우 보험 적용을 법적으로 금지한 탓이다. 독일의 오젬픽 판매가는 59달러, 영국의 위고비 판매가는 92달러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 9월 제약업체들이 1300달러보다 훨씬 저렴한 월 100달러 미만 수준으로 오젬픽을 생산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현재의 가격 수준은 "기업의 과도한 탐욕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머스크 CEO는 "나는 많은 부분에서 버니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 점에 대해선 동의한다"며 "식욕 억제제를 원하는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원사격을 한 바 있다.
폴리티코는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가 메디케어(노령층 의료지원)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를 통해 비만 치료제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 약물에 보험이 폭넓게 적용될 경우 수십억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는데 머스크는 이를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머스크 CEO가 이끌게 될 정부효율부(DOGE)의 '지출 삭감' 사명과도 상충하는 지점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공의료보험서비스센터(CMS) 센터장에 발탁한 메멧 오즈 박사도 GLP-1 비만 치료제인 오젬픽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다만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비만 치료제의 비용 부담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왔다.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제약회사들이 GLP-1 비만 치료제를) 미국인들에게 팔 것으로 기대한다. 왜냐면 우리는 너무 멍청하고 약에 중독됐기 때문이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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