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SK하이닉스가 간접 출자한 일본 메모리 반도체 낸드플래시 생산업체 키옥시아홀딩스(옛 도시바메모리)가 18일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에 상장했다. 올해 진행하는 마지막 대어(大漁)급 기업공개(IPO)다. 일본 언론은 향후 키옥시아 성공의 열쇠가 SK하이닉스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키옥시아 주가는 이날 오전 10시5분 현재 1509엔(약 1만4100원)을 기록 중이다. 공모가 1455엔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7840억엔(7조3340억원)이다.
현재 낸드플래시 업황이 침체돼 있어 키옥시아 주가가 상장 초반 관심만큼 큰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키옥시아가 당초 설정한 시가총액 목표는 1조5000억엔이었다. 투자자 수요 조사를 거치면서 공모가가 낮아졌고, 이로인해 예상 시가총액이 당초 목표가의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낸드플래시 업황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블룸버그 일본판은 "투자자들은 낸드플래시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건설되면서 가격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는 있으나 업계 전반적으로는 강력한 회복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쓰비시UFJ에셋매니지먼트 관계자 역시 "강한 수요가 없다. 메모리 시황이 좋지 않은 것이 그 배경"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스마트폰 판매 부진 여파, 차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 가능성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불안함을 가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은 미래 가치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가 2025년 911억달러(130조9835억원)로 올해 대비 5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키옥시아가 향후 데이터 센터 전용 메모리 생산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전략을 가져가는게 필요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닛케이는 "당장의 업황은 정체 중이라고 볼 수 있지만, 2025년 이후 AI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렇게 진단했다. 산케이신문은 키옥시아 관계자 말을 인용해 "시가총액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낮지만, 향후 데이터 센터 수요 확대 등을 고려해 상장 시기를 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향후 키옥시아의 향배는 SK하이닉스의 동향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키옥시아에는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56%, 도시바가 41%를 각각 출자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컨소시엄 지분 56% 중 19%를 보유하고 있고, 키옥시아 지분 15%를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전환사채(CB)도 갖고 있다. 상장 후 이를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베인캐피탈, 도시바에 이어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의 세 번째 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2028년까지 의결권의 약 15%까지만 가질 수 있다는 약정을 맺고 있지만, 이후에는 출자를 확대할 수 있다.
이에 닛케이는 향후 SK하이닉스가 경영에 관여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닛케이는 “키옥시아는 지난해 웨스턴디지털(WD)의 메모리 사업과 통합 협상을 진행했지만, SK가 동의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며 “상장 후 목적대로 기업 가치를 높이지 못하면 한미 대주주에게 경영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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