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올 한해 증시 랠리로 신규 기업 상장이 빗발친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 최대 기업공개(IPO) 시장에 등극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정보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인도 증시는 310개 기업이 상장(2차 상장 포함)해 총 180억달러를 조달하며 아시아 1위,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기업공개 수는 미국(226개 사)보다 80여개 이상 많았지만, 총 기업가치에선 미국(420억달러)에 훨씬 못 미쳤다.
올해 아시아의 IPO 시장에선 중국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경기 침체와 더불어 중국 당국의 IPO 규제가 강화된 여파다. 지난해 239개 기업이 상장해 480억달러(약 70조원)를 유치하며 세계 최대 IPO 시장으로 군림했던 중국은 올해 기업 상장 가치가 전년 대비 86%가량 폭락하며 미국, 인도는 물론 홍콩에도 밀렸다.
반면 인도에서는 대어들의 IPO가 잇따랐다. 대표적인 예가 올해 아시아 'IPO 최대어'였던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의 인도 증시 상장이다. 지난 10월 전체 공모액만 33억달러(약 4조5000억원)에 달했던 현대차의 인도 증시 상장은 인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로 기록됐다. 현대차 상장에 참여한 코탁투자은행의 브이 자야상카르 상무이사는 "2024년은 인도 자본 시장 역사상 가장 바쁜 시기 중 하나였다"며 "인도는 확실히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인도 IPO 시장의 성장세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올해는 현대차 등 다국적 기업들의 인도 법인 분사에 힘입어 아시아 선두 자리를 차지하긴 했으나 이 같은 IPO 대어가 계속 나타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뭄바이의 한 은행가는 "(인도 IPO의) 거래 건수는 분명 증가했지만, 거래당 평균 금액은 지난 2년 동안 75~80% 정도 감소했다"며 "이는 기업들이 시장 상황이 조금이라도 좋을 때 최대한 빨리 현금화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인도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과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5.4%로 떨어진 점도 비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E)에 따르면 지난 10월 인도 증시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약 110억달러(약 16조원)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인출이다.
인도 IPO 시장이 강세를 유지하더라도 다른 지역 IPO 시장이 크게 반등해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가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UBS의 개러스 맥카트니 주식 자본 시장 글로벌 공동 책임자는 "전 세계적으로 IPO 시장 활동이 2025년에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거래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인도가 계속 성장한다 해도 놀랍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향후 해외 자금 조달을 원하는 본토 기업들의 발길이 아시아 2위 IPO 시장이 된 홍콩으로 향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로펌 애셔스트의 프랭크 비 기업거래 부문 아시아 실무 책임자는 "IPO를 추진하는 중국 기업에 홍콩 증시는 보다 간소화된 상장 절차, 시장 안정성과 투명성, 글로벌 자본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는 최고의 장소"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60억달러에 머물렀던 홍콩 IPO 규모는 올해 66% 성장해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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