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올해 아이들에게 '성탄절 선물'을 전달한 국내외 모든 산타 할아버지의 등골이 휘었다. 지난 수년간 치솟은 완구 가격 때문에 부모들의 '크리스마스 스트레스'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공영 방송 BBC는 이번 성탄절 선물을 준비하는 부모들이 모두 '선물값 부담'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물가 상승으로 완구, 케이크 등 선물 가격이 오른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물 경쟁'이 치열해진 탓도 있다.
영미권에선 SNS에 성탄절 선물 이미지를 '자랑하듯' 게재하는 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선물은 상당한 고가로, 일반 부모들 입장에선 부담하기 어려운 제품들이다. 육아 블로거이자 아들을 키우고 있다는 샬럿씨는 매체에 "아이들이 자라면서 선물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번 크리스마스는 상당한 스트레스"였다고 했다.
한편 완구 업체들은 급등하는 성탄절 물가에 맞춰 '프리미엄 제품'을 찍어내고 있다. 영국에선 성탄절 이전의 4주 날짜를 담은 기념 달력인 '어드벤트 캘린더(재림절 달력)' 비용조차 25파운드(약 4만6000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샬럿씨는 "어드벤트 캘린더는 성탄절 선물조차 아니다. 성탄절 이전에 주는 선물에 가깝다"며 "그런데 그 가격이 성탄절 선물과 이미 맞먹을 정도"라고 호소했다.
그는 성탄절 선물 비용이 점점 올라가는 이유에 대해 "점점 더 어려져 가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의 역할도 컸다"며 "아이들은 고가의 선물이 실제로 얼마나 비싼지 모르고, 그걸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부모들은 이제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성탄절 선물 비용으로 인한 고민은 서구권 부모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이번 성탄절 기간 내내 아동용 선물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네이버 쇼핑, 이마트몰의 판매량 상위권 장난감 가격은 대부분 10만원에 육박했다. 현재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완구 모델인 '캐치티니핑 슈팅스타팩트'는 9만3900원, '새콤달콤 티니핑 마법 궁전'은 8만8000원이다. 영유아들을 위한 레고 듀플로 화물열차 가격은 판매가 기준 15만2900원에 달하며, 증기기관차는 8만9900원이다.
심리학 전문가는 '행복'에 대한 강박관념이 성탄절 비용을 부추겼다고 분석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의 소비자 심리학과 교수 캐서린 얀손-보이드는 BBC에 "행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경쟁을 만드는 것"이라며 "다른 이들처럼 누리지 못한다는 생각이 일부 사람들에게 결핍, 외로움 등을 느끼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성탄절의 '진정한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육아 블로그를 운영하는 피오나 바너드는 매체에 "크리스마스는 원래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이라며 "돈더미를 공유하는 게 아니라, 가족과의 시간을 공유하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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