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극심한 청년 취업난을 겪고 있는 중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소지한 고학력자들이 대거 중학교 교사로 채용돼 '학력 인플레이션'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중국 매체 쥬파신원은 "장쑤성의 한 중학교가 신규 채용한 교사 13명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 중 8명이 박사 학위 소지자"라며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석박사도 취업난에 시달린 결과"라고 보도했다.
최근 장쑤성에 위치한 쑤저우중학교가 발표한 신규 채용 교사 13명의 명단에는 박사가 8명, 석사가 5명으로 전원 석·박사 학위 소지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최고 명문대인 칭화대와 베이징대 졸업생이 각각 6명과 4명으로 총 10명이었고, 나머지 3명도 중국에서 손꼽히는 명문대학인 난징대학과 중국과학원대학 졸업생이었다.
이는 당초 학교 측에서 "고급 인재를 유치하겠다"며 박사과정 졸업생을 대상으로 채용 공고를 냈기 때문이다. 공고에는 ‘학사 및 석사 과정에서 최소 3회 이상 국가 장학금을 수상한 경우’ 등 4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석사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석사 학위자도 다수 채용이 이뤄진 것이다.
중학교 교사 채용에 고학력을 요구하고, 그 결과 사범대학 졸업생은 한 명도 채용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관영 신징보는 “물리학 박사라고 해서 물리학을 잘 가르친다는 의미가 아니다. 교육은 심리학과 교육학 등의 체계적 훈련이 필요한 전문적인 직업”이라며 “실제 필요에 따라 가장 적합한 인재가 선발되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은 흔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세기교육연구원 원장 슝빙치는 “박사가 초·중·고등학교에서 교직을 맡는 것은 이제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일반적인 추세”라며 “쑤저우, 항저우, 선전 등의 주요 학교들은 신규 교사 채용 시 석사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데 최종 면접에 진출하는 응시자 대부분은 박사과정 졸업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매년 졸업하는 대학원생이 100만명”이라며 “1990년대 한 해 대학 졸업생 수와 맞먹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쑤저우중학교 신규 채용 교사가 명문대 출신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채용 과정에서 명문대 졸업생의 성적이 사범대 졸업생보다 좋았거나, 명문대 우대가 존재했던 것 같다”면서 “학교에선 명문대 졸업생 채용을 교원 구성의 중요 성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 2023년 6월 청년 실업률이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자 통계 발표를 잠정 중단하고, 중고교생과 대학 재학생을 실업률 통계에서 아예 제외하는 방식의 청년 실업률 새 집계 방식을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청년 실업률은 17.1%로, 집계 방식을 바꾼 뒤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학력 인플레'가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사범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중학교 교사 양샤오둥(35)은 매체에 “박사 졸업 후 중학교 교사가 되는 경우가 점점 흔해지고 있다”며 “기초 교육 단계에서 더 많은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어 물리 교사를 선택했다. 박사가 중학교 교사가 되는 게 과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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