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일부 부유층은 사설 소방업체를 고용해 화재에 대응하는 등 산불 진압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일부 LA 부유층의 저택이나 고급 상업시설이 산불이 지나간 뒤에도 상대적으로 적은 피해를 본 것은 사설 소방 업체의 활약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퍼시픽 팰리세이즈에 위치한 모뉴먼트 스트리트 지역을 예로 들며, 화재가 삼킨 지역은 재와 잔해밖에 남지 않았지만, 일부 고급 상업시설과 부유층의 저택은 온전한 상태로 남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일부 부유한 자산가들이 사설 소방업체를 고용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설 소방업체는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 소방관들이 전체 산불 진화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과 달리, 고객이 의뢰한 특정 건물을 보호하는 일을 임무로 삼는다. 이들은 현장에 출동하면 담당 건물에 불길이 옮겨붙지 않도록 주변의 나무 등 인화 물질을 제거하고, 건물에 화염 방지제를 분사하는 등의 조치를 한다. 이런 화재 방지 작업을 할 경우 이번 LA 산불처럼 대형 화재가 지역 전체를 휩쓸어도 피해를 비켜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사설 소방업체를 고용하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한 사설 소방 업체에 따르면 2명의 민간 소방관과 소형 소방 차량으로 구성된 팀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하루에 3000달러(약 440만원) 수준이다. 소방차 4대와 20명의 소방관으로 구성된 대규모 팀은 하루에 1만달러(1400여만원)에 이른다. 사설 소방업체 고객층이 부유층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설 소방업체가 대중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18년에 발생한 LA 산불이었다. 당시 킴 카다시안과 힙합 가수 예(카니예 웨스트)가 LA 히든힐스에 있는 저택을 지키기 위해 사설 소방업체를 고용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미국 서부지역에서 매년 대형 산불이 반복되자 사설 소방업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다. 사설 소방업체들의 이익단체인 전국산불방제협회(NWSA)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일하는 소방관의 45%가 민간 소방관에 이를 정도로 사설 소방업계는 호황을 맞은 상황이다.
사설 소방업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민간 소방업체 활동 탓에 공공 소화전의 물이 고갈되는 등 지자체 소속 소방관들의 업무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비판이 커지자 캘리포니아주는 2018년 사설 소방업체를 규제하는 법을 제정해, 공공 소방기관과의 협력 의무와 사설 소방업체의 사이렌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 등을 규정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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