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범죄자로 가득 찬 감옥이라기보다 요양원 같은 느낌"
초고령사회 일본의 한 교도소 간수의 말이다. 빈곤, 건강, 외로움 등을 해결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자진해서 교도소에 들어가려는 노인이 늘면서, 일본에서 교도소에 수감된 노인의 비율이 10년새 약 4배가 증가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CNN은 일본 도치기(?木)현에 위치한 도치기교도소의 수감자 고령화 현상을 조명했다. 도치기교도소는 정원 65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일본 최대 여자형무소다. 이 교도소 간수 시라나가 다카요시는 "춥거나 배고파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있다"며 "한 달에 2만~3만엔(약 18만~28만원)만 내면 여기서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교도소에 수감 중인 아키요(여·81)씨는 지난해 9월 CNN에 "이 교도소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며 "아마도 이 삶이 저에게는 가장 안정된 삶일 것"이라고 했다. 아키요의 수형 생활은 이번이 두 번째다. 식료품을 훔진 혐의로 복역 중인 그는 60대 때 동종 범죄로 수감된 적이 있다. 그는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면 절도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절도는 일본에서 노인 수감자, 특히 여성 수감자가 저지르는 가장 흔한 범죄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여성 노인 수감자의 80% 이상이 절도 혐의로 감옥에 들어왔다.
CNN은 "일부는 생존을 위해 감옥을 선택한다"고 짚었다. 수감자들은 교도소 안에서 규칙적인 식사, 무료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고, 사회에서 부족했던 동료애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도치기 교도소에 수감된 여성들은 교도소 내 공장에서 일해야 하지만, 일부 수감자들은 그 생활에 만족한다"고 전했다.
교도소 간수 시라나가는 "수감 중에는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출소 후에는 스스로 치료비를 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노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에서 65세 이상의 수감자 수는 2003년부터 2022년까지 거의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고령 수감자들이 증가하면서 교도관들은 요양보호사 역할까지 하는 지경이 됐다. 도치기교도소에서는 간호사나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수감자들에게 교도관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간수 시라가나는 "이제 우리는 그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을 돕고, 식사를 도와야 한다"며 "지금은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들로 가득 찬 감옥이라기보다는 요양원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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